[시론]
정용심 청주시 상당보건소장


“어휴 큰일이야, 우리 어머니 치매신가 봐. 어제 화장실 세면기 물을 하루 종일 틀어놓은 채 계셨더라구. 냉장고를 여니 휴대폰이 떠억 들어 있구. 그러시고는 마냥 찾으러 다니시고…”. 노모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직원이 이른 아침 출근해 이런 걱정을 하고 있다. 어디 그 직원뿐이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필자도 마음속엔 나이 들어서 치매가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

치매의 원인과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삶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치매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하지만 말고 치매예방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꿔야한다. 하루 세끼 생선·채소·과일이 포함된 건강한 식단으로 챙겨먹고, 취미활동으로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생활습관에서 오는 고혈압, 당뇨 등을 사전에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혼자 지내기보다는 친구를 자주 만나서 즐겁게 지내고,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여러 가지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을 피한다. 머리를 다치거나 부딪쳤을 경우에는 바로 적당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고나 후천적 요인으로 뇌세포가 죽으면 뇌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다. 가장 흔한 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세포가 특정한 원인 없이 서서히 죽어감으로써 인지기능이 점차 감퇴하고 성격의 변화와 일상생활의 곤란을 겪는 퇴행성 치매다. 방금 했던 말을 기억 못하고 자기 나이·가족 이름을 잊어버리는 기억장애와 지금 몇 시인지,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지남력장애, TV 내용을 현실로 착각하고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등의 판단장애가 주요 증상이며 전체 치매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이렇게 치매가 걱정되기 시작하는 연령이 보통 65세인데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4.2%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이래 17년 만에 고령사회가 된 것으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이다. 2020년대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이런 급속한 노령화에 따라 우리나라 치매환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아 지금부터 우리 모두의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전국 252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확충해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치매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청주시도 지난해 12월 4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개소하고 올해 인력을 추가 확보해 치매환자의 조기검진과 예방, 1대1 상담 등록관리, 자조모임, 인지재활 프로그램 운영, 고위험군 집중관리를 하는 한편 지역사회협의체를 구성해 민관이 힘을 합치는 등 치료, 돌봄을 위해 촘촘한 안전망 설치 가동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다. 그 첫 사례로 상당 치매조기검진팀이 발굴한 한 독거노인은 찾아가는 치매선별검사 결과 인지저하가 확인돼 병원으로 연계, 알츠하이머를 확진 받았다. 근처에 사는 아들 내외도 지병, 삶의 고단함으로 인해 노모의 치매관리에 엄두도 못 내고 있던 차에 이제는 치매조기검진팀이 주기적 가정방문, 노인돌봄 서비스 연계·전화 등 추후관리를 지속하고 있다.

내 주변에 치매환자가 있을 경우, 환자 스스로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누구보다 괴로워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인격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자의 말이 설령 사실과 다르더라도 경청하고 감정을 이해해주며, 간단한 집안일을 결정하도록 하는 등 자존감 회복을 유도한다. 배회 가능한 환자의 경우 고유번호가 있는 인식표를 부착해 실종을 예방한다. 인류의 기대수명이 100세 시대를 넘어 110세를 향해 가고 있어 이제 어느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상당수 치매환자들이 가정, 사회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 함께 행복을 누리며 더불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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