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옛날 옛적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고 있었다. 토끼는 매우 빨랐고, 거북이는 매우 느렸다. 어느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는 자극을 받고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했다.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을 하고 중간에 낮잠을 잔다. 그런데 토끼가 잠을 길게 자자 거북이는 토끼를 지나친다. 잠에서 문득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빨리 뛰어가 보지만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는 이야기다.

우리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를 통해 거북이처럼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있다. 얼마전 주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다는 법이 통과됐다. 이 법은 한 사람이 한 사업장에서 한 주에 최대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52시간이라는 것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오는 7월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만,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적용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업장의 규모에 의한 적용시기 등의 논란을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더 이상 거북이의 꾸준함이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토끼처럼 빠르게 뛸 수 있는 재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객은 가성비가 높은 상품을 원한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더 이상 근로자의 성실함만으로 기업이 살아남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또한 그래서도 안된다. 그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의 길을 찾게 될까? 아마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토끼의 재능을 가진 근로자가 대접받는 시대가 될 것이다. 거북이의 기능은 AI로 대체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거북이의 삶을 강요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로시간이 법으로 의무화 됐지만 우리아이들의 공부시간은 하루 몇 시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공부시간도 8시간이하로 제안하고 주말에는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하는 법은 아마도 생기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더 이상 성실함만을 강요하는 부모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거북이의 아이에게 10시간 달리기를 강요하지 말고 1시간 수영을 즐길 수 있게 하는 현명한 부모가 필요한 순간이다.

송미나<대전중앙청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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