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헌안… 결국 ‘법률 위임’ 文 국민의견수렴후 개헌 약속
조사문항부터 사전 포석 의문 21일 발의 예정… 충청권 주시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18년 경찰대학생·간부후보생 합동임용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관련기사 6면 연합뉴스
<속보>="청와대의 세종시 이전도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국민 합의를 전제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12·13일자 1면 보도>

문 대통령이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로부터 보고받은 개헌안 초안에 법률로 수도를 규정토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즉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필수조건인 ‘헌법 명시’가 아닌 이보다 하위법인 ‘법률 위임’으로 수도를 정할 방침이란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개헌안을 확정 지은 뒤 오는 21일 발의할 계획이다.

분명 문 대통령은 개헌안 마련에 앞서 수 차례 국민 의견을 수렴해 '행정수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해왔다. 그러나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겠다던 문 대통령의 여론 수렴 과정이 충분했는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그가 말한 충분한 여론 수렴의 기준과 범위 등이 처음부터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문특위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 마련 지시 이후인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리고 '관습헌법에 근거한 수도 규정을 성문헌법에 명시할 법적근거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찬성여론이 1만 839명으로 65% 가량을 차지하며 반대 5538명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습헌법상 수도 개념을 성문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는 없어 보이는 결과다.

다만 여기서 생기는 문제점은 찬성 의견이 포괄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행정수도를 헌법에 명시' 또는 '수도 조항을 법률에 위임'이란 두 가지 사항 모두를 찬성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두 가지 의견 중 어느 것이 우세한 지 판단할 근거가 없어서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애초부터 ‘개헌이 아닌 법률 위임’쪽으로도 출구 전략을 모색할 수 있도록 ‘사전 포석’을 깔아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행정수도 개헌 의지에 의문이 붙는 이유다.

충청권이 줄기차게 세종시 행정수도 개헌을 주장한데는 헌법 명시와 법률 위임이 가져다주는 무게감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헌법보다 하위법인 법률에 근거할 경우 또 다시 14년 전 그날처럼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과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등 정권과 특정세력에 따라 행정수도가 정략적으로 악용될 소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위헌 논란과 국론 분열, 소모적 논쟁을 필수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 역시 세종시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는지 판가름 날 오는 21일에 충청권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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