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성 충남대학교 총장

1960~1970년대 살았던 세대는 경제적으로 모두가 힘들었던 시대였다. 모두가 힘들었지만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갔다. 농촌에서는 품앗이라고 해서 노동력이 부족할 때 힘든 일을 서로 거들면서 마음을 나누는 공동체 생활을 했다. 1980~1990년대의 산업화정책에 따라 도시가 발전하고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나눔과 배려의 문화가 점점 사라지게 됐다. 개인중심의 인색한 사회, 이기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사회로 변화하는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우리 대학에 평생 모으신 전 재산을 기부하셨던 이영숙 여사께서 지난 3월 14일에 타계했다. 후두암 말기로 몸이 매우 편찮으신 가운데도 대학을 직접 방문해 홀홀단신으로 평생 절약해 모은 전 재산 11억원 상당의 발전기금을 기탁하셨다. 우리 대학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고인은 가정에서의 모진 구박과 이혼의 아픔, 자녀와의 단절 등 평생 웃을 일이 없던 분이었다. 식모살이, 식당 일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맡기시면서 소액이라고 부끄러워하시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우리 대학은 정성스럽게 여사님의 장례를 치러 드렸다. 가시는 길에 고인께서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충남대 캠퍼스의 벚꽃 길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추모공원으로 모셨다. “지역 거점국립대학으로서 대전·세종·충청 지역을 발전시키고, 학생들이 미래사회에 필요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 달라”고 하신 말씀은 이제 유언으로 남게 됐다. 고인의 뜻을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여사님을 통해 얻은 교훈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지난 해 정심화 이복순 여사와의 각별한 인연을 갖고 계신 성옥심 여사께서 5억원 상당의 재산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한 바 있다. 성옥심 여사는 대전 중앙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이복순 여사를 큰 언니처럼 믿고 따랐다고 한다. 그분의 삶을 본받은 성옥심 여사도 2015년에 자신이 살고 계신 아파트를 남모르게 기부하셨고, 모아놓으신 현금도 전부 기탁하셨다. 이렇듯 충남대학교에는 정심화 이복순 여사, 성옥심 여사, 이영숙 여사 등 할머니들의 기부가 이어져 왔다. 젊은 시절 많은 고생을 하면서 모은 소중한 재산을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희사하신 할머니들의 삶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기적이기만 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영숙 여사께서 학생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전달하는 행사를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앞으로 고인의 장학기금을 통해 우리 사회와 연결되는 희망의 선순환 장학금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앞으로 우리 대학은 이분들의 숭고한 기부정신을 이어받아, 이웃을 돌아보며 우리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을 지닌 젊은이들을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아무 대가없이 기부하신 분들이 남긴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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