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해의 독도'로 불리는 충남 태안 격렬비열도에 위치 측량의 기본이 되는 '국가기준점'이 설치됐다. 격렬비열도는 우리나라 최서단에 있는 섬으로 중국 산둥반도에서 268㎞, 충남 태안에서는 55㎞ 지점에 위치한다. 북격렬비도, 동격렬비도, 서격렬비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정학적 차원에서 국가기준점 설치의 상징성이 크다.

우리나라 영해를 결정짓는 직선 기선의 포인트가 되는 23개 영해 기점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그 의미를 금방 알 수 있다. 위치상 중국과의 거리가 가까운데다 이 일대에 풍족한 해양자원을 노린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어업권 분쟁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서해 해양영토의 주권 수호와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국토지리정보원 측의 설명에 십분 이해가 간다.

격렬비열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함정이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80여회나 침범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20회를 넘어섰다. 해양안보에 대한 긴장감을 높여준다. 파상적인 외교 공세 또한 마찬가지다. 서해지대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의도를 간파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해역을 주권수호 차원에서 지키려는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격렬비열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와 연관된 주제를 차분하게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1994년 현지에서 항로표지관리원을 철수하는 바람에 무인도로 남겨졌던 격렬비열도를 2015년 다시 유인화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이 섬은 접근성이나 편의성 측면에서는 극히 열악하다. 부두시설도 없고 물도 없다. 유인도에 걸맞은 장기 플랜을 염두에 두고 편의 시설 확충에 나서야 한다. 그중에서도 현안으로는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국가적 관심사로 삼는 전략적 자세가 긴요함을 일깨운다.

충남도는 통합기준점 주변에 관리 시설을 조성하고 상징물도 설치하는 등 격렬비열도를 천혜의 자연 풍광을 이용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간 관광상품 개발, 주민 거주, 선박 접안시설 등 인프라 구축 방안이 논의돼 왔으나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실성이 수반되지 않는 뜬구름 잡기식 접근 태도가 문제다. 군사적 목적은 물론 해양 전진기지화 내지는 관광자원화 등 다양한 구도에서 장단기 개발 프로젝트를 현실화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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