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경쟁 끝에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내부 경쟁은 지속

▲ (진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김성훈 양궁 국가대표 총감독(왼쪽)이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양궁 리커브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진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김성훈 양궁 국가대표 총감독(왼쪽)이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양궁 리커브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진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에서 한 선수가 활을 쏘고 있다.
▲ (진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에서 한 선수가 활을 쏘고 있다.
▲ (진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에서 선수들이 과녁을 확인하고 있다.
▲ (진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에서 선수들이 과녁을 확인하고 있다.
'지옥의 레이스' 끝엔 또다른 경쟁…'세계최강' 양궁의 무한경쟁

7개월 경쟁 끝에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선발…내부 경쟁은 지속

(진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그러게요. 그 힘든 걸 제가 또 해내네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고 벌인 험난한 선발전을 1등으로 통과한 장혜진(LH)은 경기 후 "힘들었겠다"는 말에 한숨을 쉬며 농담을 섞어 답했다.

리우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르고 세계랭킹 1위인 장혜진이지만 매년 예외 없이 올림픽보다도 치열하다는 선발전에서 중압감과 싸워야 한다.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8 양궁 리커브 국가대표 2차 평가전 마지막 날 경기를 끝으로 장혜진을 포함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녀 8명의 선수가 모두 가려졌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위한 피 말리는 승부는 지난해 9월부터 장장 7개월에 걸쳐 치러졌다.

지난해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 중 종합선수권대회 참가자격이 있는 남녀 선수 279명(리커브 기준)이 지난해 9월 18일 1차 재야 선발전에 출전했다.

이틀에 걸쳐 36발씩 8차례를 쏴서 남녀 상위 각 32명이 2차 선발전에 진출했다.

2차 선발전은 더욱 치열했다.

1차 선발전을 통과한 남녀 각 32명과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이 총 6일 동안 무려 11차례의 시합을 치렀다.

기록경기와 토너먼트, 리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열전을 펼쳐 남녀 12명씩을 선발했다.

1·2차 재야 선발전을 뚫고 올라온 이들이 지난해 국가대표 16명과 지난달 3회전에 걸친 최종선발전을 치렀고 남녀 8명의 국가대표가 결정됐다.

런던올림픽 2관왕인 기보배(광주시청)도, 재야 선발전을 뚫고 태극마크에 재도전했던 리우 2관왕 구본찬(현대제철)도 최종선발전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국가대표가 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남녀 4장씩의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놓고 다시 두 차례의 평가전이 열렸다. 4회전씩 두 차례 진검 승부를 펼쳤다.

리그전과 토너먼트, 기록경기를 여러 차례 병행하면서 한 선수가 쏘는 활은 수천 발에 달한다.

과정이 길고 힘든 만큼 공정성과 변별력은 높아진다. 날씨 등 돌발변수가 미치는 영향력이나 같은 팀 밀어주기 등의 '꼼수'가 작용할 여지는 적어진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전무는 "어느 종목이나 선발 과정에서 실력 이외의 변수들이 개입할 수 있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속 방식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시스템을 통해 이를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전무는 "공정성은 미래의 선수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기보배 같은 스타 선수가 국제대회에서는 충분히 더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선발전 결과를 무시한 채 선발하면 누가 양궁 대표선수에 도전하려 들겠느냐"고 강조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방식 탓에 선발전을 둘러싼 잡음도 들리지 않는다.

누가 대표팀이 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선수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에 선발전은 정신력의 싸움이 되기도 하다.

힘든 선발전을 17년 연속으로 뚫고 태극마크를 유지해온 선수촌의 '터줏대감' 임동현(청주시청)은 "경험이 쌓이고 좀 더 유연해지면서 다른 선수들보다 긴장을 덜 해서 평상시 실력을 낼 수 있다"며 '선발전 통과 비결'을 전했다.

네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임동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발전 때는 떨리고 예민해지기도 하면서 가능하면 웃으면서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역시 2010년부터 9년 연속으로 선발전을 통과한 장혜진도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대한 즐기는 것"을 '롱런'의 비결로 꼽았다.

김우진(청주시청)은 "정말 화살 한 발의 차이"라며 "중요한 한 발이 왔을 때 누가 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고 말했다.

험난한 선발전은 좋은 선수들을 뽑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양궁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장 전무는 "선발전은 실전 같은, 오히려 실전보다 더한 긴장감 속에 할 수 있는 최상의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장혜진도 "오랜 시간 동안 경쟁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운다"며 "시합에 나가면 '그 힘든 선발전도 이겨냈는데'하는 생각이 들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장 7개월의 선발전은 끝이 났지만 이들 앞에는 끝없는 내부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평가전 결과와 아시안게임 전까지 세 차례의 월드컵 성적, 아시안게임 예선 성적까지를 합산해 남녀 1위는 개인전, 혼성전, 단체전에 모두 나가며, 2위까지 개인전, 3위까지 단체전에 출전한다.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한 '지옥의 레이스'는 끝났지만, 메달을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mihye@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