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촉구하는 청와대 앞 기자회견 모습. 토닥토닥 제공
지난 4월 9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중증장애아동 건우 아빠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조속한 설립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1004배를 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작년 국정감사 때 설계비가 올라오면 대전부터 바로 추진해 9개 권역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계속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예산으로 1개소 설계비가 통과됐지만, 보건복지부는 공식적으로 하반기에나 설립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나머지 8개 권역에 대해서도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발뺌을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관계자에 의하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이 미뤄지는 결정적 이유는 돈문제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 간에 예산규모가 합의되지 않아서 설립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 국회에서 어린이재활병원 설계비가 통과됐을 때, 장애아동가족들은 이제 우리의 아이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해줬다며 울면서 기뻐했다. 대전시는 드디어 첫 발을 떼게 되었다고 만전을 기해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대전 곳곳엔 ‘대전어린이재활병원 설계비 확정’이라는 플랑카드가 걸렸다. 하지만 이것이 장애아동가족에게 또 한 번 상처가 될 줄은 몰랐다. 다시 한 번 대기표를 던진 정부의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골든타임에 있는 장애어린이는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장애 조기개입이 중요하다는 것은 정부도 의료진도 잘 알고 있는데 지역엔 단 하나의 조기개입 치료시설도 없어 기다리고 떠도는 어린이들을 생각한다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애아동의 치료받고 생명을 유지할 기회조차 뒤로 미루며 극단의 차별을 당연시하고 있다. 생명의 가치를 차별로 무시하고 공공의 가치는 이름만 내세울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이런 모습을 보일까? 무엇보다 장애아동의 치료문제를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국가의 책임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때 국정감사에서 장애아동의 열악한 치료현실이 거론됐지만 보건복지부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을 부정했다. 또한 토닥토닥이 요구한 정보공개청구 답변을 통해보면 작년까지 보건복지부는 전국의 장애아동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다음으로 정부는 장애어린이 문제를 사회안전과 저출산문제와 별개로 인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미숙아와 저체중아의 비율이 5배이상 증가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중증장애의 비중은 증가해 2015년 현재 85.7%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은 10대미만 장애어린이 조사망률이 전체인구 배비 37.9배라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중증장애어린이라는 자체로 안전하지 못한 사회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장애어린이가족이 전국에 100만인데 양육은 둘째치고 치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공포를 보고 겪은 사람들이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대통령은 후보시절 건우에게 직접 한 약속이 있다. 또 대한민국은 평창패럴림픽을 유치하며 국제사회에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프로젝트(ADP)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장관도 약속한 것을 돈문제를 이유로 당연한 듯이 미루고 있다. 그런데 올해 정부예산편성지침의 목표는 ‘국민이 체감하는 내 삶의 질 개선’이라고 말한다. 김동석<토닥토닥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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