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충북 증평군 40대 모녀 사망사건의 여동생은 언니의 사망 사실을 알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괴산경찰서는 30대 여동생으로부터 "언니가 숨진 것을 알았지만 겁이 나서 신고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동생은 지난해 12월 중순께부터 언니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증평 모녀 사망사건은 여동생이 숨진 언니(41)의 저당 잡힌 SUV차량을 팔고 해외로 도피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러 의혹을 낳았었다. 경찰은 여동생이 모녀 사망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열쇠를 쥐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 수사력을 집중했다. 경찰에 체포된 여동생은 "지난해 11월 27~28일께 언니의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조카가 (숨진 채)침대에 누워 있었고, 언니는 넋이 나간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여동생은 다음 달 언니 집을 다시 찾아가보니 언니가 숨져있었다고 말했다.

여동생은 조카와 언니가 숨진 사실을 알고도 언니의 신용카드, 휴대전화, 도장을 훔친 뒤 마카오로 출국했다.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다. 숨진 모녀가 증평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건 지난 6일 이다. 경찰은 모녀가 지난해 12월 숨졌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동생이 진술한 때와 사망시기가 거의 일치한다. 납득이 안 가는 건 조카와 언니의 사망사실을 왜 즉시 신고하지 않았느냐다.

가족이 사망을 했으면 장례는 치러줘야 하는 게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다.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사망한 언니의 소지품을 훔쳐 달아난 행위가 야속하기만 하다. 신고를 하지 않는 바람에 모녀는 사망 후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경찰에 발견될 때까지 몇 달을 방치된 상태로 있었다. 증평 모녀 사망사건은 단절된 우리사회의 단면을 다시 한 번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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