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흘 후 열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동북아의 향후 정세를 판가름할만한 빅 이슈가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라는 선제 카드를 전격 내놓아 비핵화 논의의 불을 앞당겼다.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5월 또는 6월초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 남북미 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련의 대형외교전이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논의의 초점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어느 정도이냐이다. 당장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남·북·미가 서로 입장을 조율해가면서 접촉해온 것만은 틀림없다. 4월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비밀 회담을 가졌다.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의 성패여부는 미국의 목표대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 폐기'(CVID)의 조건을 충족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조치'를 제시한바 있다. 완벽한 북핵 폐기를 하려면 우선 북측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아직 이를 확신하기엔 갈 길이 멀다.

그런 마당에 북한이 2013년 채택한 '경제-핵 병진 노선' 대신 경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했다.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실험장 폐기, 핵무기·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 국제사회와의 적극 대화, 경제건설 총집중 등의 내용이다. 북한은 지난날 비핵화 합의를 무시하고 핵 개발을 해왔다. 북측에 대한 불신의 벽이 워낙 깊고 높은 터라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북한의 엊그제 발표가 비핵화를 의미하는 건지, 기존 핵보유를 전제로 하는 군축 제의 카드인지도 불분명하다. 비핵화는 동결로부터 영구 불능화, 검증, 폐기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종전선언에서부터 평화협정 체결 일정도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그 실체를 하나씩 가시적으로 풀어가는 단초가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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