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정치권에서 물러났던 이완구 전 총리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충청 대망론'을 직접 거론했다. 자신의 정치 일정을 밝히면서 사실상 정치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어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안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후 어떤 역할도 마다 않겠다며 당권도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 전 총리가 정치 재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된 것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이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부터였다. 한때 '포스트 JP'로서 충청대망론의 유망주로 꼽혔던 터라 그의 무죄는 정치 복귀의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다. 이 전 지사는 3선 국회의원, 충남지사, 국무총리를 역임한 충청권 대표 정치인이다. 2009년 충남지사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 단식투쟁을 벌였고 결국 도지사직을 사퇴함으로써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는 충청 정치인으로 자리 매김 했다.

지역민으로선 이 전 총리가 어떤 명분으로 그리고 어떤 수순으로 정계에 복귀할 건가가 최대 관심사였다. 지역의 보수지지층을 중심으로 이 전 총리를 천안 지역 재보선에 등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갔으나 당 지도부는 이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 전 총리는 어제 회견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우리 당 최고지도부로부터 이번 선거에 대한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제는 당 지도부에서 출마를 요청해도 "불출마 결심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전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스스로 결정한 대목을 주목한다. "충청 대망론이 살아 있다"는 그의 진단은 충청 지역민의 정치적인 정서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섰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봐야만 했던 충청 지역민으로선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더 크다. 이 전 총리의 역할론 내지는 정치적 행보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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