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태 교수의 백제의 미를 찾아서-금제왕관장식 불꽃모양, 번성 염원 추측]

[최종태 교수의 백제의 미를 찾아서-4. 금제왕관장식]
무령왕 왕관 부속 장식품, 백제 특유의 線의 미 살려 

공주 무령왕릉 출토. 6세기 초. 높이30.8cm. 백제. 25cm.(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임금 무령왕의 왕관에 부속된 장식품이다. ‘신당서(新唐書) 백제전(百濟傳)’에 왕은 관을 쓰고 금화(金花)로 장식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로 미루어 보아서 이 금장식은 왕관에 부착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7면-왕의 금제관 장식.jpg
▲ 왕의 금제관 장식.
7면-왕비의 금제관 장식.jpg
▲ 왕비의 금제관장식.
백제미(百濟美)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백제의 미는 선(線)의 미이다. 좌우 대칭적인 형상을 취하지 않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와당의 연꽃조각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각적 용어를 빌리자면 볼륨의 미라 할까. 세계조각사에서 백제의 와당 연화 조각처럼 아름다운 볼륨은 본 적이 없다. 그 볼륨이 만드는 선들이 기막히게 예민하고 부드러운 것이다. 볼륨에서 선이 나오는 것인데 백제의 조형미를 그래서 선의 미라고 하는 것이다. 조선의 옷이 선적인 것도 다 선조들의 미적 감각이 그대로 전수되는 때문인 것이다.

이 왕관장식이 왜 불꽃모양으로 타오르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은 나는 모른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겠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백제인의 심성이 그렇게 발로된 것이 아닐까. 신라왕관을 보면 직선이 쓰이고 있는데 부여의 것은 전혀 곡선으로만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나중에 도자기나 건축, 의상 등 온갖 형태에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 선(線)적인 것이 한국미의 원형으로 정착이 된 것 같다. 불꽃이 타오르는 것과 물이 흐르는 것과 식물의 생태적인 것과 그리하여 영속적인 것 그런 뜻을 품고 있다. 쉬지 않고 번성하는 그런 염원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직선은 인공적인 것이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서산 마애삼존불과 부여의 정림사지탑과 백제금동향로와 그런 여러 형상들이 모두 자연친화적인 평안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평화지향적인 이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울대명예교수·대한민국예술원회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