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스펙 ‘경력’ 요구 세태…취업 무경험 실업자 역대 최고

#. 지난달 대전지역의 한 중규모 기업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한 A(28) 씨는 얼마 전 발표된 결과를 보고 낙심했다. 대부분 경력직을 채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때마침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는 공고에 선뜻 지원에 나섰지만 서류면접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신입 사원들의 중요 스펙이 ‘경력’으로 자리잡았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경력직을 위주로 뽑는데 취업준비생들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한 번도 취업을 해보지 못한 ‘취업 무경험 실업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 문제로 인해 취업 현역이 재수 및 삼수생과 경쟁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면서 고용시장은 갈수록 얼어붙는 상황이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 무경험 실업자 수는 9만 8000명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최근 5년만 비교해도 취업 무경험 실업자 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2013년 5만 2000명이던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2014년 6만 3000명 2015년 8만명, 2016년 9만 4000명으로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20∼29세가 7만 8000명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취업 무경험자 가운데 20대 비중은 2000년 65%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가세에 비춰볼 때 올해 취업 무경험 실업자 규모는 1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번도 취업하지 못한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고용시장이 그만큼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또한 올해 1분기 15~29세 실업률은 11.5%로 전년 대비 2.7%p 오르면서 고용시장의 한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반면 고용 상황과 반비례로 기업들의 경력 선호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취득자(취업자) 52만 9000명 가운데 경력 취득자는 신입 취득자의 7배인 46만 2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 기업이 ‘즉시 전력’인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청년 취업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청년층의 취업 무경험자 증가는 일자리 수의 절대부족 보다는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층의 취업기피와 연관이 깊다”며 “청년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를 축소하는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