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가경신 충남교육청 학교정책과장


요즘 대입 개편안으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주요 쟁점은 정시와 수시 통합, 학종전형과 수능전형의 비율, 수능절대평가 과목 확대, 수능 최저학력 축소 등이다. 이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용어조차 생소할 것이다. 그럼에도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한다.

대입정책은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진영논리까지 개입되는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정작 학생들의 삶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입 정책이 하도 바뀌니 '어차피 미리 준비해야 소용없다. 잘 놀게 두자'는 쪽으로 학부모들 생각이 바뀌고 있다니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개편안 중심에도 수능이 있다. 작년에 지진으로 수능이 1주일 연기 되어 혼란스럽던 기억이 까마득하다. 수능을 치루기 위해서는 출제과정 말고도 경찰과 공무원들의 밤샘 시험지 지키기, 경찰관을 대동하는 시험지 수송, 학교 인근 공사 중지 등 엄청난 일들이 이루어진다. 지진으로 이런 일들을 2번 겪다보니 ‘과연 이런 수능으로 대입을 결정해도 되는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어떤 개편안이 나오더라도 수능을 봐야한다면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거나, 천재지변에 속수무책인 방식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한다.

수능이 과연 학벌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라에서 그토록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해도 되는가 하는 고민은 평가 전문가가 아니므로 해서 차치하기로 하자. 다만 우리 아이들이 이런 까칠한 시스템을 거쳐 성인이 되고 사회로 나간다는 것이 화가 난다. 작년 수능 부정행위자 건으로 속상했던 기억이 새롭다. 해마다 수능 부정행위자가 나온다. 상황을 모르면 학생들의 도덕성을 의심하거나, 어떻게 가르쳤냐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부정행위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휴대폰 부정행위와 4교시 부정행위를 들여다보면 혀를 찰 일이다. 가방이나 벗어둔 외투에 깜박 잊고 넣어 둔 휴대폰, 엄마가 춥다고 벗어준 코트에서 울린 엄마의 핸드폰, 더 황당한 것은 얼떨결에 딸려 나온 비선택 과목 시험지, 선택한 순서대로 꺼내놓지 않은 4교시 시험지가 모두 부정행위 유형이다.

충분한 교육을 했으니 학생 잘못이란다. 긴장한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보호장치도 없이 아이들은 졸지에 ‘부정한 행위자’가 되고, 3년간 준비한 시험은 무효처리가 된다. ‘실수해도 좋으니 실수를 두려워 마라’고 가르치지만 아이들은 눈꼽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까칠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향수 냄새, 슬리퍼 소리, 난방 돌아가는 소리, 옆에서 쓰러지는 친구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고 항의를 한다.

그래도 나는 까칠한 우리 제자들이 무한 고맙다. 이런 말도 안되는 환경에서 자랐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연탄을 나르고, 국경 없는 의사도 되고,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며 멘토 활동도 한다. 절대 용이 나올 수 없는 개천에서 아이들은 연꽃보다 더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제발 이번 개편안만은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고민하자. 대한민국 까칠 청소년들이 정의롭지 않은 일에, 인간중심적이지 않은 일에, 갑질하는 사람에게 까칠하게 굴어야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로 개편하자. 어른들이여! 제발 아이들을 이익 편취의 대상으로 이용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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