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이슈가 좀체 뜨지 않는다. 지방선거란 풀뿌리 민주주의로서 내 고장 살림꾼을 뽑는 과정인데도 지나치게 중앙정치에 묻힌 나머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치 이슈가 지방선거의 블랙홀로 반복 작용하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방선거에서 주객(主客)이 전도(轉倒)되는 현상을 두고만 볼 건가.

역대 선거 이슈를 보면, 2010년 6·2지방선거는 천안함 침몰 사건(3월 26일), 2014년 6·4지방선거에선 세월호 사건(4월 16일)을 들 수 있다. 천안함의 경우 당시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무능정권 심판론을 제기한 반면 한나라당은 안보위기론으로 맞서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세월호 사건 또한 안전 이슈로 부상하면서 정부 무능에 대한 국민 분노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막상 선거 결과는 어느 한쪽만을 편드는 그런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번 선거에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대형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살기 좋은 내 고장 만들기를 위한 지방선거 본령은 외면할 수야 없지 않은가. 정치권은 이를 공론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외골수 정치로 국민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정치인들의 극단적인 단식, 막말을 보면 안타깝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 갈등과 반목이 점입가경이다. 끝내 개헌도 물 건너갔다. 민생도 모른 척 한다. 국회 문을 42일간이나 닫아 놓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밑도 끝도 없다. 대화와 타협의 미덕을 모른다. 정치 실종이 빚은 비극들이다.

지역민 삶과 밀착된 선거 쟁점이 부상하지 않는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이러다가는 정치적 무관심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질 건지 걱정이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위기를 부른다. 깜깜이 선거로 인한 폐해는 결국 주민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이럴 때일수록 지역민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내 고장 살림살이를 맡겨도 될 만한 비전과 정책을 갖춘 유능하고도 도덕적인 일꾼을 고르는 일처럼 중요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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