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인하우스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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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유아인 "이미 큰 영광…세상에 필요한 배우였으면"

(칸<프랑스>=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많은 청춘을 연기했음에도 이 정도로 내면을 집요하게 포착한 작품은 드물었던 것 같아요."

배우 유아인(32)은 영화 '버닝'이 공개된 이후 외신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는 불안하고 분노로 가득한 청년의 모습을 신들린 듯 연기했다.

18일(현지시간) 칸에서 만난 유아인은 아직 영화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그가 맡은 배역은 배달일을 하는 작가 지망생 종수다. 우연히 동창 해미(전종서)를 만나 마음을 주지만, 해미가 북아프리카 여행에서 만난 남자 벤(스티븐 연)과 함께 돌아오면서 그 앞에 미스터리한 일들이 펼쳐진다.

유아인은 "이 시대 청춘을 표현할 때 교만하지 않게 연기하는 게 중요했다"면서 "향수에 취해 '내 청춘은 이랬지'라며 '꼰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동생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낯선 사람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면서 "정말 할 수 있는 만큼 들여다보려고 애썼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할수록 요즘 애들은 잘 모르겠더라"라며 "사실 남들도 저를 보면 그렇게 말한다"고 웃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는지는 저마다 온도 차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잘 가공된 인물을 통해 관객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종수가 가진 느낌을 통해 관객이 같은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또 "요즘 영화 양식에서는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체험적 시간을 제공하고, 그 시간에 집중하게 하는 힘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유아인은 '버닝'으로 올해 칸영화제를 처음 찾았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이 작품이 칸이라는 장에서 진정성 있게 잘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영화에 대한 자부심, 이 영화가 세상에 차지할 역할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거든요."

그는 영화 외적인 사심은 비웠다고 했다. "예전에는 주인공이 아니면 나서기 싫고, 조명을 받고 싶어하는 감정이 컸죠. 지금은 그런 감정에서 많이 멀어졌어요. 이미 너무 큰 성취를 이뤘고, 젊은 나이의 배우로서 누릴 수 없는 영광을 누렸죠. 영광을 향해 계속 일할 수는 없잖아요. 이제는 세상에 필요한 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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