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잘하는 일이 음악이라는 걸 깨달아"
6일 존박과 듀엣곡 '서두르지 말아요' 발표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원선 "9년 휴식기는 필요했던 시간…단단해졌죠"

"가장 잘하는 일이 음악이라는 걸 깨달아"

6일 존박과 듀엣곡 '서두르지 말아요'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많은 사람이 조원선(46)의 등장을 1999년 롤러코스터 1집 수록곡 '습관'으로 기억한다. 이별 노래지만 처량하지 않았다. 사랑의 열병에 들뜬 애송이에게 헤어짐은 당연하다고 일러주는 '어른의 노래'였다.

그는 대중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2009년 솔로 1집 이후 피처링으로만 자취를 찾아볼 수 있었다.

최근 무려 9년 만에 디지털 싱글 '서두르지 말아요'를 낸 조원선과 용산구 한남동에서 마주 앉았다. 인터뷰에서는 노래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지만, 돌고 돈 이야기는 결국 음악으로 귀결됐다.

"그러게요. 9년이나 될 줄 몰랐어요. 솔로 1집을 내고 나서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하고 싶은 게 생각날 때까지 기다렸는데, 시간에 가속도가 붙더라고요. 헐렁헐렁한 변명 같지만 정말 그랬어요.(웃음)"

조원선은 고3이던 1990년 인디밴드 1990's로 음악을 시작했다. 1992년 소니뮤직 오디션에서 발탁된 6명과 옴니버스 앨범을 내면서 정식 데뷔했다. 20∼30대 전부를 음악인으로 산 것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음악 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건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러다 솔로 1집 활동을 마무리하던 시점에 처음으로 '다른 걸 해볼까?' 싶었죠. 방황하며 이곳저곳 기웃거렸어요. 소품가게를 해볼까, 카페를 차려볼까, 길게 여행을 떠나볼까…. 결과적으로 착수한 적은 없어요. 그러다 깨달았죠. 배운 도둑질이 이것뿐이구나,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음악이구나."

'서두르지 말아요'는 피처링이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제외하면 9년 만의 싱글 음반이다. 하와이안 풍의 코러스에 조원선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존박의 따뜻한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특히 '언젠가 우리의 이야기 마지막 날이 오겠죠'라는 가사는 관계의 종결을 전제하고 사랑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애틋하면서도 시니컬한 느낌을 준다.

"누구나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지만, 연인에겐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얘기잖아요. 물론 영원해지고 싶죠. 반짝이는 그 순간엔 영원할 것만 같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고요. 나이 좀 있는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지 않을까요. 대신 함께하는 순간을 아름답게 보내자는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완곡한 농담인 셈이죠."

오랜만의 작품이면서 솔로가 아닌 듀엣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혼자 불러봤더니 너무 쓸쓸한 느낌이 나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초여름에 어울릴 살랑살랑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만난 기쁨을 표현하는 곡인데, 제가 부르니 이별 노래 같더라고요. 중저음의 보컬을 찾다 보니 마침 존박 씨가 생각났어요. 아마 존박 씨가 없었더라면 훨씬 오래 고민하다 늦어졌겠죠. 정말 감사해요."

그에게 롤러코스터로 데뷔한 1999년, 솔로 데뷔를 한 2009년, 오랜만에 돌아온 2018년의 모멘텀이 각각 어떤 의미였냐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1999년엔 패기로 똘똘 뭉쳐있었어요. 빨리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났었죠. 가사로 쓰고 싶은 것도 많고, 우리 음악을 알리고 싶어서 참 열심이었어요. 미래가 불안하면서도 마냥 행복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솔로 앨범이 큰 전환점이 됐네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유학 나온 느낌이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쉬운 게 많아요. '좀 더 열심히 할걸' 싶고. 지금은 굉장히 편안해졌어요. 단단해지고 마음에 공간이 많이 생겼달까요. 제 음악이 설령 좋은 반응을 못 얻어도 예전처럼 상처받는 건 덜할 것 같아요."

최근 음악시장은 '오래 사랑받는 노래'의 탄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음원 소비 주기는 무척 짧다. 차트 1위에 일주일 이상 머무는 곡도 드물다. 조원선은 이런 변화가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창작자의 사기를 꺾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대중도 무겁지 않은 걸 좋아하고 모든 게 '인스턴트'로 변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음원차트에 예전처럼 절절한 노래가 없다. 사근사근한 멜로디에 나긋나긋한 창법이 비슷비슷하다"며 "심지어 편곡에서 베이스를 아예 빼는 노래도 많더라. 저음을 잘 잡지 못하는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게 일반화하다 보니 베이스처럼 낮은음을 처음부터 안 넣는 거다. 서글프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해체설도 언급했다. 롤러코스터는 2006년 싱글 '유행가'를 끝으로 신보를 내지 않았다.

"참 애매해요. 제가 말하기도 조심스럽고요. 이상순 씨는 민박을 하느라 바쁜데 가끔 연락하며 지내고, 지누 씨와는 연락을 못한 지 오래됐네요. 하지만… 해체냐 아니냐 문제는 그냥 놔두고 싶어요."

조원선은 오래도록 기다린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죄송한 마음이 커요. 여러 고민의 시간이 있었고 잘 쉬었습니다. 제게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제 인생에서 몇 살까지 음악을 할지 모르지만, 이렇게까지는 공백이 없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열심히 노래하겠습니다."

clap@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