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헤어져서 추억만 안고 간다면 '고마운 시대'

 

 

 

▲ 아이클릭아트

 

☞'님'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 했다. 하지만 때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사랑해서 만났고, 누구보다 소중했다. 날 행복하게 해줬던 사람이다. 그랬던 사람이 날 지옥으로 밀어 넣는다. 날 고통 속에 살게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피의자는 2015년 7692명, 2016년 836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는 1만 303명을 기록했다. 매년 평균 7355건의 데이트 폭력이 발생한 셈이다. 그리고 한해 평균 46명이 살해된다.

☞'사랑'이 아프다. 서울시가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에 1770명(88.5%)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더 충격적인 건 데이트 폭력 피해자 중 46.4%는 가해자와 결혼했단 것이다. 그리고 17.4%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은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또는 "술만 안 마시면 괜찮아서"란 이유도 있었다. "언젠간 고치겠지"란 의견도 있었다. 그렇게 폭력에 둔감해진 것이 가장 컸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진 것이다. 익숙해질 일이 아닌데 말이다. 그야말로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다.

☞'이별'도 무섭다. 부산에서 2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헤어진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숨졌다. 어머니, 남동생도 다쳤다. 광주에선 헤어진 여자친구를 때리고, 차량을 부순 40대 남성이 붙잡혔다. 대구에선 60대 남성이 헤어진 연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에 방화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손님 등 5명이 사상했다. 대부분 "안 만나줘서", "화가 나서"가 이유였다. 피해자들은 "나 때문에"라는 죄책감으로 두 번 울었다.

☞'안전이별'이란 말이 나왔다. 사귀는 사람과 헤어지면서, 스토킹, 감금, 구타, 협박 없이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보전하면서 이별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헤어져서 추억만 안고 간다면, '고마운 시대'다. 품 안의 칼이 무섭다. 그런 사람을 안 만나는 게 답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임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한없이 다정했던 사람이 돌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이라도 지켜줘야 한다. 데이트 폭력 처벌 강화·피해자 보호 특별법은 꼭 필요하다. 데이트 폭력은 결코 ‘사랑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사랑이 아닌 ‘범죄’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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