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음 달 새로운 지방의회 출범을 앞두고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원 구성'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충청권 지방의회를 석권한 터라 민주당의 일당 독주가 예고돼 있다. 벌써부터 의장단 하마평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향후 원 구성 과정에서 종전과 같은 '승자독식'의 관행을 과감히 깨고 야당에게도 배려할 것인가가 관심사다.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완전 참패를 당해 교섭단체마저 구성할 수 없는 처지다. 민주당이 지역구 모두를 싹쓸이한 대전시의회와 세종시의회의 경우, 한국당은 각각 1명과 2명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충남도의회와 충북도의회 구도 또한 이전과는 정반대로 역전돼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당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에도 원 구성을 싸고 추악한 밥그릇 싸움을 반복할 건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역대 의회 때마다 의회 내 감투를 쓰기 위해 정당별로 나뉘어 싸움을 벌이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당과 야합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선거 때마다 다수당에게 의장, 부의장 등 의장단은 물론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몰아주는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는 건 적폐 중의 적폐다. 소수의 목소리가 의회에서 배제된다는 건 경계할 일이다. 원구성에서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싸움으로 지방의회 자체가 장기 표류한다는 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방의회 전·후반기 때마다 폭언과 멱살잡이, 회의장 점거 폭행 등의 추태가 벌어지곤 한다. 그러니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오는 게 아닌가.

지방의원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정당의 책임도 크다. 여러 폐해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의 정당 공천권을 인정하고 있는 건 지방자치에도 정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압승 부작용' 차단 모드에 들어 간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특히 소수야당에게도 원구성에서 자리를 배분해주는 배려와 아량이 절실하다. 상생과 협치의 덕목을 지방의회에서부터 실현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