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위 바레인 회의 주목…최대 돈줄 日 입김 주목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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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군함도 조선인 강제징용·노역 인정 둘러싼 2차외교전 개막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바레인 회의 주목…최대 돈줄 日 입김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24일(현지시간) 개막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3년 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산업시설에서의 조선인 등의 강제노동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25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다음 달 4일까지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2015년 일본 메이지(明治) 산업유산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해당 시설과 관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한 일본의 약속 이행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이 계기에 세계유산위원회는 작년 일본이 약속 이행 차원에서 제출한 보고서 내용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일본에 보완을 권고하는 결의문을 채택할 것이라고 정통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특히 이 시설들에서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으로 징용돼 강제로 노역했던 조선인 등 외국인과 관련한 역사를 제대로 알릴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2015년 7월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端島)를 포함한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의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되기에 앞서 우리 정부가 이들 시설 중 일부에서 이뤄진 조선인 강제노동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한일 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다.

결국, 세계유산위원회는 시설들의 등재를 결정하되, 일본 측에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을 준비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이들 시설 중 일부에서 1940년대 한국인과 기타 국민이 자기 의사에 반(反)하게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로 노역했다고 인정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정보 센터 설치 등과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약속한 기한에 맞춰 작년 12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851쪽 분량의 '유산 관련 보전상황 보고서'에서 조선인 등이 강제 노역을 한 산업 유산 관련 종합 정보센터를 해당 유산이 위치한 나가사키(長崎)현이 아닌 도쿄에 설치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야기했다.

또 일본 정부는 보고서에 '강제'(forced)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2차대전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前)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support)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는 표현을 쓴 것도 한국 내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볼 때 3년전 등재 당시가 세계유산을 둘러싼 한일간 외교전의 1라운드였다면 이번은 2라운드로 볼 수 있다.

일본의 보고서 제출 이후 우리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 소속 국가 등을 상대로 일본 측의 충실한 약속 이행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결의문 초안에는 도쿄에 정보센터를 설치하는 부분과 노동의 '강제성'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 보고서에 없는 점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우려를 낳고 있다.

탈퇴를 선언한 미국 다음으로 유네스코 분담금 규모가 큰 일본의 입김 속에 작년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보류됐던 사실도 우려를 더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 국가들을 상대로 충실하게 설명을 해왔고, 일본도 기본적으로 약속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최종 결의문이) 잘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유산은 일본만의 것이 아닌 세계 모든 사람의 공동 유산인 만큼 일본 정부가 약속한 것을 성실히 준수하라는 것이 우리의 취지"라며 "한일간에 대결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의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등 한일 비정부기구(NGO)들도 최근 발표한 의견서를 통해 일본 세계유산 시설에서 이뤄진 한국인, 중국인과 연합군 포로들의 강제노동 사실, 그 시설들이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의 일제 침략전쟁에서 수행한 역할 등을 일본 측이 제대로 알리도록 할 것을 세계유산위와 한국 정부 등에 촉구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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