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곳이면 어디라도…"카페·도서관 빈자리 없어요"
도심 바캉스족 증가·생활패턴 변화…"남자회사원 반바지 허용" 국민청원

▲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폭염이 이어진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8.7.17
    jieunlee@yna.co.kr
▲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폭염이 이어진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18.7.17 jieunlee@yna.co.kr
▲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열대야가 계속된 16일 저녁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7.16
    seephoto@yna.co.kr
▲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열대야가 계속된 16일 저녁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18.7.16 seephoto@yna.co.kr
"한숨이라도 더…" 열대야에 숙면앱까지 동원…폭염 속 생존법
시원한 곳이면 어디라도…"카페·도서관 빈자리 없어요"
도심 바캉스족 증가·생활패턴 변화…"남자회사원 반바지 허용" 국민청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황재하 기자 = 한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치솟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자 시민들의 생활 패턴도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는 휴대용 손 선풍기나 부채는 기본 필수품이 됐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카페나 도서관, 대형쇼핑몰을 찾는 도심 속 바캉스족도 갈수록 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폭염 대책을 세워 달라는 청원이 쇄도하는가 하면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 속에서 쪽잠이라도 청하려고 '백색소음'(白色騷音) 앱까지 활용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잠 못 드는 여름밤…백색소음 앱으로 숙면을

한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잠을 설치는 이들이 늘면서 숙면 유도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직장인 서모(31·여)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백색소음' 앱을 틀어놓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백색소음이란 빗소리와 바람 소리, 파도 소리, 풀벌레 소리 등 귀에 익숙한 자연과 일상의 소음을 말한다. 귀에 쉽게 익숙해지기에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거슬리는 주변 소음을 덮어주는 효과가 있다.

서씨는 "연일 열대야가 지속해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며 "깊이 잠들 방법이 없을까 검색을 해보다 백색소음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은 밤늦도록 취객이나 행인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깨곤 했는데 백색소음이 다른 소음을 덮어줘서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며 "백색소음 앱이 생활 필수 아이템이 됐다"고 말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숙면'을 검색하면 수면 집중력을 높여주는 백색소음을 내거나 수면 주기·패턴을 측정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수십 건 올라와 있다.

이들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앱은 1천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고, 100만∼500만 번 다운로드 된 앱도 여러 건눈에 띈다.

◇ 시원한 카페·도서관이 최고…도심 속 바캉스족도

무더위 탓에 에어컨 빵빵한 곳을 찾아 카페로, 도서관으로 피서를 나서는 이들도 많다.

18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카페는 평일 낮에도 더위를 피해 카페를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웃 주민과 함께 유모차를 끌고 카페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주부들도 눈에 띄었다.

카페에서 만난 주부 김모(32·여)씨는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덥고 답답해 커피숍을 찾았다"며 "막상 밖으로 나와도 이제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마땅히 데리고 갈 곳이 없어 커피숍에서 수다를 떠는 게 최고 피서"라고 말했다.

카페 주인 정모(56·여)씨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커피숍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면서 "특히 노트북 등을 들고 와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서너 시간씩 시간을 보내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전원 콘센트를 쓸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손님들 간에 치열한 눈치 전쟁도 벌어진다고 그는 전했다.

대학가 도서관에도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1)씨는 더위를 피하기 모교인 인근 대학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는 꽤 됐지만, 졸업생 신분증으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시원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노트북에 그동안 보고 싶었던 미국 드라마 시리즈를 잔뜩 다운받아 보기도 한다"고 만족해했다.

◇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폭염 관련 청원 봇물

폭염이 계속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 글이 잇달아 올라온다.

한 청원인은 '성 평등을 주장하는 평범한 여자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남자 회사원들이 반바지를 입는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여름철에 여성들이 블라우스와 짧은 치마를 입는데 남성 대부분은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지 못하게 한다며 "(나는) 에어컨을 세게 튼 지하철에서 춥지만, 출근하는 남자들의 복장을 보면 덥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다른 청원인은 건설노동자들이 폭염 속에 밖에서 일하다가 질병이나 사고를 당할까 우려된다며 "근로 감독관들이 건설 현장을 방문해서 근로기준법에 맞는 근무를 하고 있는지 살펴달라"고 청원했다.

경기 동두천에서 4살짜리 어린이가 어린이집 차 안에 7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숨진 사고를 두고 예방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도 눈에 띄었다.

청원인들은 어린이 통학차량 내 맨 뒷좌석 부근에 버튼을 설치하고 운전기사가 이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경우 차량 시동을 끌 수 없도록 하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제도 도입을 요청했다.

이 제도는 통학차량 운전기사가 버튼을 누르러 버스 뒷좌석까지 이동하는 동안 좌석에 남아 잠들어 있는 아이는 없는지 점검하자는 목적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돼 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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