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과수농가는…]
작업시간 줄며 출하도 늦어져, 실내도 땀 줄줄…“야외 힘겹다”
긴급조치 했지만 피해 곳곳서 “농사 다 망칠까…걱정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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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쌓였는데 더워서 절반밖에 못 해요." 일주일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폭염으로 인해 작업시간이 줄어든 과수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일거리는 쌓여 있지만 제대로 작업을 못해 출하를 앞둔 과실들이 내리쬐는 햇빛에 타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폭염경보가 내린 대전 유성구 계산동의 한 마을은 무더위로 인해 야외에서 작업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한 과수농가만이 지난해 수확한 배를 선별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실내에서는 선풍기를 켜둔 채 3명이 과일 봉지를 벗기고 포장재를 씌우고 15㎏ 상자에 넣고 나르는 작업이 이뤄졌지만 금세 작업자들의 이마와 콧등은 땀방울로 가득했다.

한 작업자는 "작년에는 34℃이상 올라간 날이 열흘도 안된 것 같은데 올해는 벌써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도 덥지만 야외에서 오미자 작업은 그늘도 없어 특히 힘겹다"고 말했다.

이곳은 3000평에 달하는 부지에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지만 폭염에 뿌리가 말라가고 이파리가 타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물을 따라 넝쿨처럼 올라온 오미자 잎은 금방이라도 잡으면 바스락거릴 만큼 바짝 말라있었고 이맘때 탱탱한 연두빛을 띄어야 할 열매는 갈색으로 변해 쪼그라들어 있었다. 급한대로 바닥에 차양막을 깔았지만 이미 제 역할을 잃은 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못해 타들어 가고 이었다.

요즘처럼 가물 때는 벌레가 많이 생겨 방제작업과 제초작업을 주로 해야 하는데 한낮 더위를 피하고 새벽부터 분주히 작업을 진행해도 정해진 일을 하루안에 끝내기엔 역부족이다.

과수농가 주인 송모 씨는 "작년에는 오후 4시부터 작업을 했는데 요새는 너무 더워서 오후 6시부터 일을 시작해 8시면 깜깜해져서 일할 시간이 줄었다"면서 “땡볕에서 작업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고 할 일은 많은데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줄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애써 지은 농사를 다 망치는게 아닌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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