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한 달이 넘는 동안 지속되는 폭염 특보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최장 폭염 기간, 최고 온도 등 종전의 기록들을 경신한 이번 폭염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북반구의 많은 나라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폭염을 비롯한 여러 기후 변화의 징후들로 인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액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온열 환자는 3329명으로 작년에 비해 3배나 증가했으며, 이중 사망자는 총 39명으로 작년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더욱 걱정인 것은, '기후 붕괴'란 표현이 더 적절한 이런 날씨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여러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누진세 완화일 것이다. 누진세는 이미 지난 2016년에 곽상언 변호사와 일부 지지자들에 의해 폐지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폭염으로 누진세 폐지는 본격적으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정부가 내놓은 누진세 완화가 기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여론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중심이 돼 폭염이 지속되는 7, 8월만이라도 국민들의 전기세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는 점에는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이외에도 지자체별로 '무더위 쉼터'를 지정하여 잠시나마 더위에 지친 주민들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 쉼터의 접근성 문제라든지, 주취자 문제, 운영비 보조여부 등 관리·운영에 관한 어려움이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폭염에 취약한 계층들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빈곤, 질병 등의 이유로 사회복지 서비스의 대상자가 되는 분들일수록 폭염에 취약하다.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좁은 방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여름을 지내는 독거노인, 기초생활 수급권자, 사회적 무관심과 차별 속에서 지내는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함께 살고 있다. 이 폭염 속에서 어쩌면 이들은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들에게 있어 누진세 폐지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 보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누진세에 민감한 사람들은 모든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 놓은 상태로 인터넷상에서 누진세 폐지에 대한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또한, 무더위 쉼터가 지정됐다 하더라도 폭염 취약 계층에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거나,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무더위 쉼터'가 쉼터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연말연시의 혹한기뿐만이 아니라, 혹서기에도 우리 주위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제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될 부분도 있겠지만, 국민들 또한 스스로 이웃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시기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은 때이기에 폭염의 위험에 취약한 사람들이 갖는 어려움이 더욱 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매서운 추위에 고생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녹여 내듯이, 이제 이 '폭염' 속에서도 더위에 취약한 사람들과 함께 시원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날들을 만들어 가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