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용어 가운데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한자어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어 민원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비단 행정용어 뿐만 아니라 법률용어, 건설용어 등 전문분야로 갈수록 일본식 한자어가 폭넓게 쓰이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 직종에 근무하는 이들이야 한자어 사용이 편할지 몰라도 시민들 입장에선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쉬운 우리말을 두고 굳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행정안전부가 오늘 한글날을 맞아 이해하기 어려운 자치법규 상의 한자어를 정비키로 한 건 당연한 조처다. 바람직한 표준어 사용을 위해 그동안 3423건이나 되는 과제를 정비했음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남아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언어순화 대상 목록을 보니 사전을 펼치지 않고서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용어가 수두룩하다. 수십년간 사용해왔다고 해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예컨대 '몽리자'라는 용어가 있다. 농지 등에서 이익을 얻거나 해당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뜻을 정확히 아는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수혜자'나 '이용자'로 고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것이다. 건축 관련 자치법규에서 주로 쓰이는 '사력'도 정비 대상이다. '자갈'로 순화하기로 했다. 자치법규를 고친들 실제 사용자가 순화된 용어를 활용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가뜩이나 국적불명의 외래어, 신조어, 줄임말 등이 판을 치고 있는 마당에 행정용어까지 가세해서야 되겠는가. 이참에 외국어 투성이 인 관공서의 부서이름도 확 뜯어고쳤으면 한다. 파주시가 '젠더정책 담당관'을 '성평등정책 담당관'으로, '콘텐츠진흥팀'은 '문화산업팀'으로 개선키로 하는 등 수범을 보이고 있다. 부서명이 외국어라고 해서 격이 높아지거나 업무 효율성이 있는 것은 아닐 거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우수한 언어로 평가받는 한글의 수난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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