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장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픽사는 1995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만을 활용해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출시한 회사다. 이후 출시한 벅스라이프, 토이스토리2, 몬스터주식회사 등 대부분 작품도 큰 성공을 거뒀다. 애니메이션 제작은 스토리 구성과 각 캐릭터의 역할 설정 그리고 각 캐릭터가 감정을 가진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느낌이 들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모든 작업에 극한의 창의성이 요구된다. 픽사는 이러한 작업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내는 역사적인 혁신을 이뤄냈으며, 그 혁신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픽사는 어떻게 혁신적인 작품을 지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을까? 픽사-디즈니 애니메이션의 CEO 애드 캣멀은 자신의 저서에서 픽사 직원들은 '토이스토리'의 제작부터 같은 신념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 신념은 직원 자신들이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그 애니메이션을 보리라는 것이었다. 픽사의 모든 직원은 자신들이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캐릭터의 이름이 그 캐릭터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결말이 너무 뻔하다는 등의 느낌이 들면 그러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전 직원이 같은 신념을 공유하고 그것을 지키려 노력한 것은 픽사의 혁신 역량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

또한 픽사에는 다양한 분야의 내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작품의 초안을 함께 감상한 후,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브레인트러스트'라는 자문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기 때문에,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만으론 찾아내지 못하는 결점이나 개선점을 찾아내고,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직원 개개인의 시각에서 작품에 대한 건설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고, 제시된 의견의 수렴 과정이 살아 있어야 창조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조직에서 힘이 강한 몇몇 사람만의 의견이 반영되어 결국 그 결과물은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다.

애드 캣멀은 그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고자, 픽사에 개인적인 자금을 가장 많이 투자했던 스티브 잡스가 브레인트러스트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만약 스티브 잡스처럼 카리스마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브레인트러스트처럼 다양한 비판적 견해와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자리에 참석한다면 아무리 간이 큰 직원이라도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픽사는 혁신 역량을 키우기 위한 다양성 증진의 노력을 다양한 인종, 국적, 성별 등을 섞는 표면적 방법에만 얽매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내부 직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감 없이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서 조직 내 창조성이 극대화되도록 했다. 많은 기업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다양성 증진에 매달린다. 하지만 다양성과 창조성의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표면적 다양성 지표의 증가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는 내면적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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