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투게더] 21 육남매 이야기 - 4편
열악한 집안환경… 갈등마저
이사는 ‘꿈’ 벌써 겨울 걱정

집안 곳곳 까맣게 핀 곰팡이는 엄마 송민정(37·가명) 씨의 타들어가는 속처럼 더욱 짙게 번져나갔다. 여덟 식구가 방 두 칸 좁은 집에서 지내는 것은 사는 게 아니라 버텨낸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중3과 중1, 6살짜리 아들과 각각 9살, 7살, 3살 딸 총 6남매를 둔 송 씨네 집은 매일이 전쟁터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의 낡은 집은 어린 아이들이 살기엔 모든 것이 열악했다. 환기가 전혀 되지 않아 악취와 습기로 가득하며 곰팡이가 가득 슬어 벽면을 임시방편이지만 타일로 붙여놓은 상태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집안은 정서적 우울함까지 동반한다. 특히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엄마 송 씨는 더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불균형한 시각으로 시야가 가뜩이나 좁은데다 집 내부 공간까지 좁아 넘어지는 것은 생활이 돼 버렸다. 오래된 집은 냉·난방도 어려워 여름, 겨울을 지옥 속에 보내야 한다. 여름에는 숨막힐 듯 찌는 더위로 고통을 받는 반면 겨울엔 수도가 얼어 터져 누수로 인해 벽면에 물이 흥건히 흐른다.

사춘기 중학생 두 아들은 독립된 공간 없이 어린 동생들과 함께 방을 쓰고 있어 갈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 넓고 쾌적한 집으로 당장이라도 이사를 가고 싶지만 현실은 언제나 따라주지 않는다.

시각장애를 가진 아내 혼자서 육남매를 기르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아빠 박(47·가명) 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간신히 월세를 내고 있지만 이조차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언제 밀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나마 아직은 미취학 자녀가 셋이라 버티고 있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성장을 하게 되면 이곳에서의 거주는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

엄마 송 씨는 “내 두 눈이 잘 보여 아이들을 돌볼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열악한 집안 상태는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아닌 아이들에게 오히려 곳곳이 위험한 곳이 된다”며 “벌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올 겨울은 또 어떻게 나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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