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철 단국대학교 교무처장

어느덧 수능철이 다가왔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저마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들을 되짚어가며 갈무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다소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질문일 수 있겠지만,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야만 할까? 이 문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철없고 반항적인 질문으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대학의 위기가 회자 되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반드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대한민국 대학진학률은 1990년대까지 40%대이다가 2000년대 중반 이후 80%를 넘어섰고 현재는 7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 수치이며 옆 나라 일본의 대학진학률의 약 1.5배에 해당한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과연 그 중 학생들의 희망과 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정확하게 측정하긴 어렵겠지만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2014년에 통계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부모의 무려 99%가 그들의 자녀가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길 기대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에서 지배적인 통념을 여실히 반영한다.

바로,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통념의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생각이 지지받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대한민국의 수험생 그리고 학부모 대부분은 좋은 학교, 좋은 직장, 높은 근로소득의 연쇄를 일종의 ‘성공 공식’처럼 여기고 이를 신뢰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은 각자 현재 눈 앞에 있는 행복을 유보했다.

그러나 좋은 직업을 갖는 것과 같은 기대와는 달리 최근의 대학생 취업률은 60%대 밖에 되지 않는다. 좋은 친구들과 만들어갈 캠퍼스의 낭만도 수 천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포함한 기회비용을 들여 대학에 진학할 유인이 되진 못할 것 같다.

따라서 막연하게 대학에 진학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의사결정을 할 경우 뒤늦게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분명 지금은 막연히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는 것이 반드시 더 만족스러운 삶을 보장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한편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은 무익한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대학에 진학하는 당사자에게 달려있다. 대학 생활을 통해 무엇을 얻어갈 것인지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은 학생들 본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의 존재 의의와 위기에 관한 문제는 결국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대학 교육도 현대사회의 흐름에 발맞춰 끊임없이 혁신과 쇄신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대학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강요하는 무책임한 사회적 압력도 줄여나가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초·중·고등학교 재학 중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대해 탐색하는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떠밀리듯 대학에 진학하거나 기대와는 다른 삶의 전개에 상처받거나 후회하는 일을 줄이고,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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