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겼다. 2014년 한차례 시한을 지킨 이래 연속 4년째다. 그 이후에는 법정시한을 넘긴지 몇 시간 또는 며칠 만에 전격 처리한 경우도 있었으나 올해엔 선거제 개혁과 민생법안 등과 얽혀 여야 간 힘겨루기 양상의 장기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이 어제 오후 본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안 원안을 직권상정했다. 예산안처리 법정시한 입법 취지에 따라 자동부의된 것이다.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문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는 어제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도 개혁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내년도 예산안 연계처리를 주장한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예산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은 별개 논의사항이라고 맞섰다. 예산안 처리 시점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신속처리 입장인 데 비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법정 기한을 늦추더라도 졸속 심사는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각 당의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게 얽히면서 예산안 처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단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이상 처리 일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내일 국회에서 공동 집회를 가진 뒤 농성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연동형비례 대표제 관철을 위해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동시 겨냥하고 있다. 5일에는 청와대 앞에서도 집회를 갖기로 했다.

문제는 정쟁으로 인해 예산안 졸속 심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예산결산특별위 여야 간사들로 구성된 예결위 '소소위'를 가동하고 있지만 비공식 협의체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남북경협사업, 일자리 예산 등을 싸고 사사건건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막판 밀실 야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쪽지 예산'으로 특정인 또는 특정 지역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걸 막아야 한다. 국가의 한해 살림살이를 허투루 처리할 수는 없다. 국민이 냉엄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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