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시장 민주당 시당위원장 겸직, 시의회 18명 중 17명 ‘민주당 소속’
의원들, 견제 대신 눈치보기만 급급, 법적·당규 문제 없지만 서로 불편
“위원장 내려놓고 권한대행체제 해야”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당의 시당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은 적합할까. 시당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소속 정당의 시의원들은 해당 단체장을 감시·견제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지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위원장을 겸직하는 이춘희 세종시장의 이야기다. 현직 단체장이 시당위원장을 겸직하지 말라는 법적 및 당헌당규는 없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의 단체장과 소속 시의원들이 모두 같은 정당의 경우는 특수성이 따르기 마련. 세종시의회 총 18명의 의원들 중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1명을 제외한 17명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시장부터 시의원 모두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셈이다.

단체장이 시당위원장을 겸직할 경우 소속 정당의 의원들은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게 정치권의 보편적 견해다.

세종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의 경우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를 맡게 돼 이춘희 시장이 시당위원장을 맡게 된 구조”라며 “시당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 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게 사실이다. 시의원들은 집행부를 감시·견제해야 하지만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주소”라고 전했다.

최근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정례회 과정에서 보인 파행의 모습은 더불어민주당 시당위원장의 역할론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조치원도시재생뉴딜사업, 무상교복지원사업 등 시민의 삶과 밀접한 사안에서 같은 당 소속의원들간 집안싸움을 펼치면서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정례회 과정에서 집행부를 감시·견제하는 본연의 역할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시당위원장은 소속 정당 의원들에게 위계를 행사해야 했지만 현직 단체장인 탓에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던 게 사실.

시의회 의원들 역시 이춘희 시장의 행정에 대해 철저한 감시를 해야 했지만, 시당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탓에 한 발 물러선 모양새가 비춰졌다. 시장 및 시의원들 모두가 불편한 관계에 얽힌 구조로 해석되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춘희 시장이 시당위원장을 겸직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올바르지 않다. 지금이라도 시당위원장 자리를 내려 놓는 게 올바른 모습”이라면서 “다음 총선 이전까지 특정 인물이 권한대행체제로 간 이후 새롭게 선출되는 국회의원이 시당위원장을 맡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어 “시민주권특별자치시, 행정수도 완성 등 세종시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춘희 세종시장이 정치권인 이해관계에 얽힌 것은 시민들에게도 부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서 “시장은 정치인이지만, 시민의 대표인 만큼 논란을 불식할 수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본연의 역할을 못하는 데는 또 다른 특수성이 따르고 있다. 세종시 정치권의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이해찬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강진 정무부시장이 특수구조다.

세종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사실 정무부시장은 시의회 의원과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 부시장은 그 역할을 안하고 있는 게 현실”이러면서 “일각에선 이해찬 대표와 두터운 친분을 지닌 이강진 정무부시장의 눈치를 보는 의원들도 있다는 설도 돌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 세종시의회 의원들이 제역할을 못하는 탓에 야당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세종시당은 최근 세종시의회 파행과 관련된 논평을 통해 “의회의 절대 다수를 장악하고 집행부도 같은 정당인 상황에서도 시민의 의견과 동떨어져 갈팡질팡 하는 모습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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