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길 충남도립대학교 경찰행정과 교수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과 제주, 세종 등 5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자치경찰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자치경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13일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산하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는 광역자치단체를 단위로 한 자치경찰제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광역시·도에는 자치경찰본부를 두고 그 아래의 시·군·구에는 자치경찰대를 신설하며, 현 지구대와 파출소의 조직과 인력은 그대로 자치경찰로 이관한다. 그리고 현 국가경찰사무와 인력의 36%(4만 3000명)를 자치경찰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없도록 하고, 광역시·도에 5명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의결기관인 시·도 경찰위원회를 둬 관리한다는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도입에 찬반양론이 있지만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민의 생명·신체·재산의 보호에 있어 사각지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국가경찰제냐 자치경찰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제도이든 주민의 안전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정부방안대로라면 경찰사무와 인력을 국가경찰(60%)과 자치경찰(40%) 정도로 이원화하는 것인데, 주민은 자신이 처한 위험상황에 대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중 어디에 신고를 하고 도움을 신청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긴급 상황을 신고했음에도 서로가 관할을 이유로 업무 떠넘기기가 발생한다면 자치경찰제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치분권위원회는 사건의 현장보존·범인검거 등 초동 조치는 국가·자치경찰의 공동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자치경찰도 국가경찰 소속의 112상황실에 합동 근무해 업무 떠넘기기 등 현장 혼선을 방지한다고 하지만 사무와 권한의 명확한 배분이 없는 한 혼선 및 떠넘기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생각건대 자치경찰제의 도입이 성공하려면 보다 광범위하게 기존의 국가경찰사무와 인력이 자치경찰로 이관되어야 한다고 본다. 기존의 국가경찰조직 중 지방경찰청과 경찰서까지 자치경찰조직으로 이관하고, 사무와 인력 및 장비 등의 배분은 현재 제시된 안보다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보다 과감하고 혁신적인 제도적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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