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철 단국대학교 교무처장

2018년 한 해도 저물어간다. 어느덧 겨울이 되어 구세군 종소리가 전국 길거리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다. 추위가 더해가는 연말이면 으레 따뜻한 마음을 나누자는 물결이 일곤 한다. 그러나 최근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 다가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서민경제가 어렵기 때문일까, 기부금 자동이체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의심과 불신 때문일까. 사람마다 상황마다 기부를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다를 것이나, 우리나라의 기부 참여도가 낮다는 것은 사실이다.

영국 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이 해마다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전체 조사대상 139개국 중 62위이며, OECD 회원국 35개국 중에서는 21위이다. 기부지수는 단순한 기부액수를 합산해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나눔에 대한 경험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조사하는 것이다. 때문에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걸출한 고액 기부자들이 있는 미국(5위)을 제치고, 미얀마가 1위에 위치할 수 있었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나눔’에 대한 가치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억만장자들이 수백, 수천억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기부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거나, 내가 하는 기부가 보잘것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혹은 그들은 소위 ‘가진 자들’이니까 별 어려움 없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1990년에 기부문화에 불을 지핀 ‘김밥 할머니’ 이복순 여사를 필두로 하여, 평생을 땀 흘려 일해 어렵게 모은 돈을 기부하는 사례들을 보면 기부가 억만장자들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또 최근의 기부 트렌드는 맹목적 기부에서 참여형 기부로, 금전 기부에서 재능기부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로 변화하고 있다. 즉,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 소액이더라도 내가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기부처 혹은 기부방식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금전이 아니더라도,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나누는 봉사활동이나 내가 가진 재능을 타인들에게 공유하는 것도 큰 틀에서의 숭고한 기부활동임을 인지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의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컨대 현대적 관점에서의 기부는 빈부의 차원을 벗어난 마음의 문제이자, 문화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부자들에게 배신감을 주는 기부금 비리나 재단 부실운영 등의 폐단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가 나눔의 미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일 것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계 경제 침체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성숙한 기부문화 정착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과 고통을 분담하고 공동체의 호혜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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