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형마트·165㎡ 이상 슈퍼 일회용 비닐봉지 금지, 제거된 속비닐 장바구니로… 소비자 반발에 묵인 분위기

▲ 6일 오전 10시경 대전 동구 소재 A할인마트에서 한 손님이 신선식품 쪽에 비치된 속비닐에 과자와 음료 등 물건을 담아 마트를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이심건 기자
▲ 마트 내 비치된 속비닐.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속 비닐 봉툿값을 달라고 하면 손님들의 반발이 심해 어쩔 수 없어요.”

6일 오전 10시경 대전 동구 소재 A할인마트에서 한 손님이 신선식품 쪽에 비치된 속 비닐에 과자와 음료 등 물건을 담았다.

점원은 계산대에 선 손님에게 20원 봉툿값은 받지 않았다. 하얀색 투명한 비닐봉지는 손잡이가 없었지만, 물건을 여러 개 담을 수 있어 장바구니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직원 김모(45·여) 씨는 “‘다른 슈퍼마켓(소형)에서는 비닐봉지를 공짜로 주는데 왜 여기는 안 주느냐’고 짜증 내는 손님이 있다”면서 “속 비닐을 뜯어 다른 제품을 담아가기도 하는데 매정하게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분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해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속 비닐을 장바구니처럼 쓰는 얌체족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 시민은 속 비닐에 물건을 담아 장바구니처럼 사용하는 편법을 쓰지만, 마트에선 손님 유지를 위해 방관하거나 오히려 권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전국 모든 대형마트와 매장 크기가 165㎡(50평) 이상인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3월 말까지는 계도 기간을 둬 실제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중소형 슈퍼마켓도 사정은 비슷했다. 동구의 한 중소형 B슈퍼마켓에서도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 쪽에는 속 비닐이 비치돼 있었다.

그 옆에는 '속 비닐은 생선, 채소 등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 가능하며, 기타 사용 시에는 유상으로 제공됩니다(20원)'라는 알림문이 부착돼 있었다. 알림문에도 불구하고 라면, 과자, 우유 등을 계산 후 속 비닐에 담아가는 손님에게 점원은 “다음부턴 종량제 비닐봉지를 사야 한다”고 말하고 20원을 받지 않았다.

B슈퍼마켓 점원은 “감자 다섯 알을 사고 속 비닐만 대여섯 장씩 쓰는 손님도 있다”면서 “봉툿값을 달라고 하면 '이거 사지 않았느냐'고 반문해 돈 받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단골과의 마찰을 우려해 속 비닐 사용을 권장하는 슈퍼마켓 업주도 있다.

근처 C슈퍼마켓 업주는 속 비닐을 계산대에서 손님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계산대 근처에는 일회용 봉투, 재활용 쓰레기봉투, 속 비닐이 준비돼 있었다.

업주는 "450원짜리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손님에게 권하기도 하는데 반발이 심할 때 어쩔 수 없이 속 비닐을 준다"며 "아직까지는 계도 기간이고 주로 단골 장사라 서비스 차원으로 한 것으로 앞으론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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