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대전의 새 야구장(베이스볼 드림파크) 건립을 놓고 자치구들의 유치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 대전시는 이달 중 야구장 부지를 최종 선정해 발표 한다고 밝히면서 ‘과열경쟁’을 자제해달라는 주문을 했지만, 자차구들의 유치전은 더욱 혼탁해진 과열경쟁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7일 야구장 유치를 요구하는 대전 중구의회 의원들은 삭발 투쟁을 실시하면서 유치경쟁은 극도로 과열됐다. 대전 중구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김연수, 이정수, 안형진 의원은 대전시의회 앞에서 “허태정 시장은 중구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선거공약 원안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야구장마저 사라지면 중구의 미래가 없어질 것이라는 절박감 때문에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연수 부의장은 “다른 지역은 유치 못하면 그만이지만, 중구에서 야구장이 빠져 나가면 지역경제가 붕괴된다”며 “만약 타 지역으로 입지가 선정된다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5일 확대간부회를 통해 “야구장 유치가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자치구 간 경쟁 과열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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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중구의회 의원들이 7일 오후 대전시의회 앞에서 베이스볼 드림파크 야구장의 중구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연수 자유한국당 중구의회 의원, 이정수 자유한국당 중구의회 의원, 안형진 자유한국당 중구의회 의원.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앞서 동구의 경우 자체 조사를 실시해 ‘시민들이 선호하는 야구장은 대전역 일대 선상 야구장’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동구는 대전 도심 4곳에서 판넬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여론조사도 아닌 ‘무리한 여론몰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대덕구는 구 체육회 이름으로 서구와 유성구 등 타 지역 주요 교차로에 야구장 유치 홍보를 위한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눈총을 받으며, 하루만에 모두 회수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유성구의회에서도 결의문을 통해 “호남고속도로 유성IC와 인접해 최상의 교통 접근성과 부지 확보가 용이한 구암역 일원이 최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자치구들의 이 같은 경쟁으로 인해 현재 어디를 선정하더라도 후폭풍은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자치구마다 각자의 조건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데, 선정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막바지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며, 이달 중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니 자치구들의 지나친 유치 활동은 자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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