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주 춤평론가·이찬주춤자료관대표

뉴욕 맨해튼의 중심 53번가에 위치한 뉴욕 현대 미술관은 1929년 설립됐다.

‘모마(MoMA)’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곳에 가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1889)’,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1907)’, 앤디워홀의 ‘캠벨 수프 깡통’등을 비롯해 2층 계단으로 오르는 창가에서 독일 미술가 이자 겐즈켄(Isa Genzken,1948~)의 커다란 한 송이 ‘장미’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곳에서 전시라는 큰 카테고리안에 춤추는 무용공연도 재현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에 걸쳐 저드슨 춤단체 활동을 조명하는 ‘Judson Dance Theatre: The Work Is Never Done’이 열렸다. ‘저드슨 춤단체: 작업은 결코 끝나지 않으리라’라는 뜻으로 기획된 행사는 2009년부터 모마의 공식 파트너인 현대카드의 단독 후원으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저드슨 춤단체라고 하면 1962년 뉴욕 다운타운에 있는 저드슨 메모리얼 교회에서 20대 젊은 안무가들이 실험춤 작업을 발표한 데에서 비롯됐다.

이본 레이너, 데보라 헤이, 데이비드 고든, 루신다 차일즈, 스티브 팩스턴, 트리샤 브라운 등이 당시 주요 멤버들이었다. 그들은 당시 기존의 무용계 성향에서 극성(劇性), 정형성을 탈피해 공연장이 아닌 교회, 미술관, 광장에서 공연하는가 하면 일상적인 움직임을 포함한 춤 움직임에 이어 즉흥성, 우연에 따른 즉흥춤 등 실험적인 춤 작업을 시도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저드슨 춤단체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모마’에서는 이본 레이너, 데보라 헤이, 데이비드 고든, 루신다 차일즈, 스티브 팩스턴, 트리샤 브라운, 시몬 포티의 작품들을 재현한다.

즉흥무의 그랜드 유니온(Grand Union) 창립멤버 이본 레이너(1934~)와 접촉즉흥무(Contact Improvisation)의 형식개발자 스티브 팩스턴(1939~)은 당시의 혁신적인 활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그들의 육성으로 들려줬다.

이제 80대가 된 그들이 자신들의 활동상을 돌아보는 시간인 동시에 그 시대를 잘 알지 못하는 현 세대에게 저드슨 춤단체의 의의를 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필자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저드슨 춤단체의 작품을 수집하고 전시와 재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했다.

무엇보다 저드슨 춤단체가 중요한 이유는 기성 춤계에 저항하며 실험적인 춤 작업을 시도한 정신에 있다고 본다. 저드슨 춤단체의 멤버들은 당시 기존 춤 안무가들에서 나타난 심리성·문학성·연극성을 띠는 춤 움직임과 거기에 부여된 의미와의 합일을 구현하는 것에 반발해 즉흥과 우연, 해프닝성을 강조한 춤 움직임을 시도하면서 일반인의 참여까지 이끌었다.

또 저드슨 안무가들의 작품 재현은 당시 공연 영상을 참조해 이뤄졌는데, 이는 아카이브 측면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형태가 아닌가 싶다고 느꼈다. 즉 기록 보존이 활자 형태만이 아니라 영상 형태로도 이뤄져 지속적인 재현을 통해서 작품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의 즉흥무, 수건없이 추는 ‘민살풀이춤’ 명인 장금도가 별세했다. 이제는 박물관의 기능이 미술 작품 전시장만이 아니라 공연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시대는 변하고 그에 따라 춤 양식의 흐름도 아카이브 양식도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혁신적인 변화가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변화를 꾀해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반세기 후 저드슨춤단체의 활동상에 대해서 다음 세대 무용인들은 아카이브를 통해서도 실감할 것이며 또 다른 양식으로의 발전을 꾀할 것이다.

춤 예술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며 그 발전상은 기록되어 후대에 전해질 것이다. 현재는 그렇게 미래와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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