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군사정권의 인권유린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서산개척단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서산개척단 사건은 1961년 박정희 정권이 '사회명랑화 사업' 이란 미명 아래 서산시 인지면 모월리 앞바다의 갯벌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1700여명을 불법으로 집단 수용한 후 각종 가혹행위 등 인권을 침해한 사건을 말한다. 뒤늦었지만 서산시가 진상조사 및 특별법 제정 건의서를 청와대, 국회,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제라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의 실태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후속 치유책도 신속하게 모색해야 할 때다.

그간 여러 차례 법정 다툼이 벌어졌고, 국회 앞 시위와 국민청원 등 피해자들의 외로운 싸움이 이어져 왔다. 당시 정권은 모월리 일대 국유지 폐염전을 개간하기 위해 전국에서 부랑아 등을 색출, 강제로 끌고 왔다. 1961년 68명에서 1964년엔 1770명까지 불어났다. 간척사업은 별다른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하다시피 했다. 삼엄한 감시 속에 구타와 굶주림은 다반사였고 이 과정에서 사망 사고가 잇따랐고 암매장 의혹도 제기된다. 현재 서산 희망공원 '무연총'에 119명이 묻혀있다.

사건 발생 50여년만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해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무고한 국민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어 납치한 후 강제노역, 강제결혼, 성폭행, 가혹행위 등 건전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인권 침해를 서슴지 않았다. 지금껏 진상규명은커녕 그 누구도 서슬 퍼렇던 당시의 공권력을 대신해 사과하지도 않았다.

아직도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1가구당 1정보의 토지를 무상으로 분배해주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가는 물론 서산시에도 책임이 있다. 서산시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인권유린과 강제노역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 적절한 보상 등의 조치를 촉구했다. 불행한 과거사가 청산·치유되지 않으면 또 다시 그런 역사가 반복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정확한 피해규모 및 진상규명과 함께 국가의 진솔한 사과 및 피해 보상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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