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처벌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어제 임신 여성이 낙태할 경우 그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자기낙태죄)과 낙태 시술을 해준 의사도 처벌하는 형법 조항(동의낙태죄) 모두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를 위헌으로 결정하되 2020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그 시한까지 현행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헌재의 이번 위헌 결정은 1953년 낙태죄가 도입된지 66년 만의 일이다. 2012년 낙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던 것과는 정반대다. 낙태죄가 7년 만에 합헌에서 헌법불합치로 바뀐 것은 인공임신중절을 이유로 여성들에게 가혹한 범죄의 굴레를 씌운다는 것이 더 이상 합당하지 않다는 시대적인 인식을 반영한 결과다. 가임 여성 75.4%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 2월 의식조사 결과도 이를 말해준다.

그간 우리 사회에는 낙태를 둘러싸고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관점이 첨예하게 맞서왔다. 그 근저엔 생명존중 사상 및 종교적·도덕적인 문제까지 얽혀 있다. 헌재의 낙태죄 결정을 앞두고 현재 앞에서의 찬반 맞불집회가 상징적이다. 비록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논란이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천부적인 가치까지 마구 훼손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다. 주심을 맡았던 조용호 재판관과 이종석 재판관의 소수의견은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낙태 관련 법령 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정부·국회가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 관련법 정비 작업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현행 형법상 낙태죄의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의 합법적인 낙태 규정부터 빨리 고쳐야 이번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산모의 건강상 안전과 사회 경제적인 문제로 낙태가 허용됐지만, 임신 몇 개월까지 낙태를 허용할 건지 그리고 사안별로 허용범위를 어디까지로 할건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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