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충청취재본부장

갈수록 먹고 사는 것이 힘 겹다. 끼니마저 때우기가 힘든 인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살림이 곤궁하게 된 원인은 사회구조적 문제보다 본인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가지고 있던 재산을 도박 등으로 흥청망청 써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를 함축한 단어가 '거덜 나다'다.

'거덜 나다'가 이런 뜻을 담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이성계는 조선 개국과 함께 가마와 말을 관장하기 위해 사복시(司僕寺)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가마와 말을 관리하는 종이 바로 '거덜'이라 했다. 거덜의 임무는 말 먹이를 주고 말똥을 치우는 등 잡다한 일이다. 거덜은 임금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행차할 말과 가마를 몰며 행차를 직접 돕는 일도 했다. 이른바 '어이, 어서 물렀거라. 상감마다 행차시다' 등을 외치며 임금 등의 행차에 불편을 덜고 행차의 위세를 떨치기 위해 평인들의 통행을 통제하는 일을 도맡았다. 이른바 권마성(權馬聲)을 외치며 벽제를 담당했다.

문제는 이때다. 거덜은 종의 주제를 망각하고 자신이 큰 권력을 가진 듯이, 자신이 신분이 높은 사람인양 허세를 부렸다는 점이다. 이른바 가오잡이가 심해도 너무 심했던 것이다. '폼만 잡았지 실속이 없다'는 이런 속성이 '재산을 탕진하는 바람에 곤궁해진 살림'의 의미로 변형됐다. 여기에 '발생하다'는 뜻인 '나다'가 붙어 '거덜 나다'가 됐다.

언제부턴가 '하려던 일이 여지없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보다 넒은 의미로 확대됐다. 보람차게 실행목표를 세웠지만 게으름과 주변 환경이 도와주지 않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말이다. 경제적 의미이든 일반적 의미이든 별로 좋은 말은 아니다. 특히 요즘 경제 불황으로 거덜 나는 상가나 기업들은 물론 사람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경제 불황은 국가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빌어먹을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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