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살인이나 성범죄, 폭력 등을 저지르는 '주취(酒醉) 범죄'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살인범죄자 995명 가운데 390명이 음주상태였다. 10명 가운데 4명꼴이다. 성폭행 범죄는 1858명, 강제추행은 6000명을 넘어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해, 폭행, 폭력, 재물손괴 등 술 취한 폭력범죄자는 12만명에 달한다.

살인 검거인원 중 정신이상이 31명(3.1%), 정신박약 1명(0.1%), 기타 정신장애가 41명(4.1%)인걸 보면 주취 범죄자의 비중(39.2%)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서 중국 동포 남성이 술에 취한 채 부인과 다투다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북 구미에서는 지난 4월 50대 남성이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을 말다툼 끝에 살해했다. 5년간 주취자가 살해한 기수범이 517명에 달한다.

술 때문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범죄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치안력이 낭비된다. 음주는 문화적 측면도 있긴 하지만 치안 관점에서의 폐해가 더욱 크다. 문제는 놀이문화가 마땅히 없다는 핑계로 술 문화가 성인 남녀의 유일한 놀이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이는 결코 그 당위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술에 취해 저지른 나쁜 행위에 대해선 관대한 시선을 거두고 중벌로서 다스려야 마땅하다.

취중 범죄에 대한 법원의 작위적인 형량 감경을 막기 위한 다수의 법안이 국회에 무더기로 계류돼 있지만 무관심 속에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상민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유성을)이 대표 발의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는 "술이나 약물로 인해 만취·착란·혼미 상태에 빠진 범죄자가 살인, 성범죄 등과 상관관계가 있어 그 죄에 정한 형의 단기 및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해 처벌해야한다"고 돼 있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을 감경한다는 건 모순이다. 사법당국의 미온적 태도가 가해자들의 죄의식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더 흉악한 범죄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훌륭한 사람이 술에 취하면 선한 마음을 드러내고, 참을성 없는 사람이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을 드러낸다고 했다. 온정주의를 버리고 주취 범죄에 대한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건전한 음주문화와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 정착의 첩경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