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급식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교육부는 전국 학교 급식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식재료업체 납품로비를 낱낱이 파헤칠 예정이다. 검은 거래가 확인된 CJ프레시웨이, 대상, 동원F&B, 푸드머스 등은 당장 이번 주부터 검증대에 오른다. 이들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백화점·마트·영화관에 15억원 상당의 상품권과 현금성 포인트 등으로 로비를 한 혐의다. 관련된 학교가 무려 4500여 곳에 달한다.

급식 비리의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급식 식중독으로 1만2693명의 학생이 피해를 봤다. 해마다 평균 38건 식중독 사고가 발생해 학생 2538명이 식중독에 걸렸다는 통계다. 실제로 유령회사 7개를 운영하던 충주의 한 급식업체 대표는 식자재 배송 차량과 보관 장소를 따로 소독하지 않고도 소독한 것처럼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최근 입건되기도 했다.

적발된 업체 대다수는 쪼개기 입찰로 급식 납품권을 따냈다. 특정업체가 여러 개의 유령 회사를 만든 뒤 입찰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낙찰 확률을 높이는 수법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이철규 의원 국감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지역 학교에 납품하는 80%업체가 이 같은 부정을 저질렀다. 현행법은 이런 행위를 모두 입찰방해죄로 규정하고 있다. 정직하게 입찰에 참여한 영세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대전시 특사경과 경찰도 수십 곳의 급식업체를 대상으로 이미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가 자신의 친·인척이나 직원을 유령업체의 바지사장으로 올려놓고 중복 입찰하는 수법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급식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운영하는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해 식재료 납품업체와 전자 계약을 하도록 돼있다.

전국적으로 하루 600만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급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한다. 급식 비리가 만연한 것은 불법을 저질러도 쉽게 발각되지 않고, 손쉽게 영리를 취할 수 있다는 오산에서다. 식재료 납품업체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영구퇴출 등 비리업체에 대한 단호한 조처가 강구돼야 한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통상적 조처만으로는 뿌리깊이 박혀 있는 비리 구조의 먹이사슬을 끊어낼 수 없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