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최근 충북 음성에 있는 꽃동네에 학교 친구들과 단체로 자원봉사를 갔다 왔다. 내가 찾았던 '애덕의 집'은 여성 노숙인 200여 명이 모여 생활하는 노숙인 요양원이다. 이번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놀랍지만 슬픈 현실이 한 가지 있었다. 노숙인의 요양과 재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복지시설의 직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하루 가운데 할일이 가장 많은 식사시간과 같은 시간대에도 노숙인을 위해 일하는 직원은 고작 3명에 불과했다.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규모가 200명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였다. 새벽시간에는 직원이 한 분밖에 안 계신다고 들었다.

우리가 떠나기 전에 요양원에 근무하는 직원 한 분이 지나치며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현행 노숙인복지법상 복지시설의 경우 노숙인 38명 당 겨우 1명 정도의 사회복지사가 그들을 책임지게 되어있다고. 그래서 학생들이 훌륭한 사람이 돼서 이런 실태를 개선해달라고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음성 꽃동네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냥 건성으로 듣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며 삶터가 그곳인 여성 노숙인들과 부대끼며 느꼈던 현실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음성꽃동네에서 돌아오자마자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찾아보니 노숙인의 전체 인원 당 배치되어야 하는 직종별 종사자의 배치기준을 보면 그 최소한의 수가 너무 적었다. 이 적은 수에 비해 노숙인분들을 위해 해드려야 하는 일은 정말 많다. 더군다나 애덕의 집 같은 경우에는 노숙인 요양시설로 지적 수준이 부족한 분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많은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직원 분들은 시설 가족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해야하는 일만으로도 너무나 많기 때문에 시설 종사자들이 한 분 한 분과 대화를 하고 관심을 갖고 표현하기는 실제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가 대신해서 시설 가족과 말벗도 해드리고 사랑을 표현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봉사를 하면서 보았던 시설의 가족 분들은 생존을 위한 밥과 옷, 간단한 도움 뿐만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것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많은 상처를 안고 꽃동네로 온 그들은 누구보다 애덕의 집 근처에서 우리가 보이는 그 순간부터 마중 나와 먼저 손을 내미시고 자신들과 함께 대화하고 공감해줄 것을 끊임없이 표현해 주셨다.

이 분들이 다시 사회로 한 발자국을 떼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다. 그들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실상 사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고 그들에게는 하나뿐인 가정과도 같은 이런 시설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시설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 시설 사람들의 여유를 통한 관심의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강수빈<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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