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제천의 목욕탕과 찜질방의 소방 설비 상태가 여전히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 당국의 일제 점검을 통과한 곳은 9곳 중 1곳에 불과하다고 하니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격'이다. 제천지역은 바로 2주전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2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곳이다. 수사를 진행할수록 인재(人災)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이번 재난을 교훈삼아야 함에도 별로 달라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제천소방서와 제천시가 최근 3일 동안 목욕탕과 찜질방이 있는 관내 복합 건축물 9곳을 대상으로 소방점검을 벌인 결과 단 1곳만 양호판정을 받았다. 휴업 중인 1곳을 제외한 나머지 업소에서 법규 위반 사항이 무더기로 나왔다. 소화기를 제대로 비치하지 않았거나 화재감지기가 오작동 한 건 다반사였다. 비상구 근처에 물건을 쌓아놓아 비상통로 역할을 못하게 하거나, 심지어 비상구 주변에 가건물을 설치한 곳도 적발됐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서 피해를 키운 건 2층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 통로가 철제 선반으로 막혀 이용객의 탈출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전체 희생자 29명 중 2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런 내용은 여러 매체를 통해 누누이 보도됐다. 그렇다면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소마다 소방 설비를 점검하고 위험요소가 있다면 즉시 개선했어야 했다. 하지만 점검결과를 보면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판박이에 다름 아니다. 비단 제천지역 업소만 이런 걸까.

제천 화재 참사이후 도로를 막는 불법주차를 일소하자는 목소리가 비등했으나 언제 그랬느냐다. 새해 첫 해돋이를 보러 경포대 해수욕장을 찾은 시민 일부가 소방서 앞마당에 불법주차를 했다고 해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갑자기 출동할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 했나.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모른다. 지각 있는 시민이라면 이런 무개념주차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을 고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제천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소를 잃었으면 이제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관계 당국이 아무리 소방 점검을 강화하고, 아무리 불법주차 단속에 나선다 해도 한계가 있다. 안전사고 예방은 결국 시민 각자의 의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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