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기의 담판인 북미정상회담이 어제 이뤄졌다. 북미 양국이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 동안 적대관계를 지속해왔던 터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북미 정상은 비핵화·체제안전보장·관계정상화 등 3개 포괄적 문건에 서명했다. 세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개시됐다는 점에서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북미 적대국 정상들이 처음으로 만나 협상의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양국은 완전한 비핵화, 평화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6·25 전쟁 전사자 유해송환 등 4개항을 합의했다. 당초 제시됐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은 빠져 해석을 싸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포괄적인 목표에 일단 합의하고 이를 빠른 시일 내에 실행에 옮기는 로드맵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패는 후속회담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성과에 대해 "환상적"이라면서 후속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틀림없이 초청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형성됐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서명을 하게 됐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상 유일한 한반도의 냉전구도를 해체하기 위한 그림이 이제 그려진 순간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북한과 미국이 서로 핵전쟁이라도 벌일 듯이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위기를 고조시켰다. 북미 양국이 대전환의 기로를 마련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남북의 상생과 평화 번영 더 나아가서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가는 길고 긴 일정에 돌입했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까지 챙기고 챙겨야 할 우리의 몫이 한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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