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니던 공원들, 어느 날 못간다면…

도시공원일몰제 2년후 해제 소유주 출입제한·개발 못막아
대전 장기미집행 공원 26곳 지역사회 갈등 예방책 시급

#1. 대전에 사는 김공원 씨는 주말마다 뒷산 공원을 산책하는 게 그의 유일한 취미생활이다. 자연 속에서 몇분만 걸어봐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김 씨는 뒷산 산책로에서, 잠시 들어간 약수터에서 그동안 못봤던 동네 주민들도 자주 마주친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이렇게 늘 자유롭게 이용해왔던 공원 곳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고 경계선에는 울타리도 쳐졌다. 알고보니 이곳이 지자체 땅이 아닌 개인의 사유지였다는 것이다. 그는 손 쓸 방법도 없이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월평공원, 매봉공원, 용전공원, 문화공원, 중촌공원, 목상공원, 도안공원… 앞으로 2년 뒤 오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대전의 도시공원들에서 이러한 풍경을 쉽게 목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도시공원은 개인 소유의 토지나 국공유지여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지자체가 공원으로 만들고 운영할 수 있었다. 2020년 7월 1일부터는 지자체가 매입하지 않은 도시공원의 땅들은 일괄적으로 공원에서 해제되는 ‘도시공원일몰제’가 적용된다. 그동안 법으로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제한해왔는데 헌법재판소가 1999년 이를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다음해인 2000년 도시계획법이 개정됐다.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아무런 사업을 벌이지 않은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2020년 6월 30일까지만 도시공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이후에는 토지소유주가 출입을 제한하거나 부지를 마구잡이로 개발한다 하더라도 지자체가 제재하거나 관여할 권한이 없다. 사실상 시민들이 즐기고 누려왔던 도시공원 대다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도시공원일몰제가 적용되기까지 20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제대로 준비하고 대처한 지자체는 없었다. 도시공원은 시민 삶의 질에 직결될 만큼 큰 중요성을 띄고 있다. 대전시의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총 26개소로 총면적은 여의도 면적(290만㎡)의 5배인 1439만 7000㎡에 달한다. 대전은 상대적으로 공원과 녹지가 많은 도시인데다 온도와 미세먼지를 낮춰주는 도시공원의 기능을 볼 때 공원이 해제되는 것은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아직 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일몰제 적용 이후 야기될 공원 사유재산권에 따른 크고 작은 문제들은 이미 지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앞서 보문산권에는 토지소유주가 가문의 산소가 있다는 점을 들어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겠다 밝혔지만 관리당국에서 출입로를 정비해주는 것으로 대신 타협을 봤다.

공원에 계단을 놨다가 철거했던 사례도 있으며 앞으로 이같이 토지 사용을 둘러싼 갈등은 더 자주, 더 많은 곳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늘 다니던 길이자 당연하게 이용해왔던 내 공원은 앞으로 2년 후에 내가 발 디딜 수조차 없는 엄연한 남의 땅이 돼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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