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류이식 80년 수중생태계진단](18)긴급분석 잡종붕어의 실체

▲ [대청호産 '희나리']충청투데이 취재팀의 의뢰로 실시된 이번 조사결과 대청호산 희나리는 토종붕어와 외래종인 떡붕어 사이의 잡종붕어임이 최초로 밝혀졌다.
◆조사배경=자연상태에서 토종어종과 외래어종 간의 이종(異種) 교배는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로 인해 태어난 '잡종'은 토종과 외래 어종 중 어느 쪽 유전형질을 더 많이 갖고 태어날까.

대청호에 외래어종 떡붕어가 유입된 직후부터 나타나고 있는,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종(種) 불명의 붕어류는 과연 실체가 무엇일까. 외래어종의 유입 이후 토종붕어의 개체 수는 어떻게 변하고 떡붕어와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의 생태계 점유율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 [유전자 밴드]대청호산 붕어 3종류의 유전자 밴드 배열 사진으로, 오른쪽 1~5열까지는 떡붕어, 6~9열까지는 희나리, 10~16열까지는 토종붕어의 밴드배열이다.
혹시 희나리란 붕어류가 토종 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사이에 태어난 잡종은 아닌가.

취재 기자로 하여금 '한국 어류 이식 80년…' 시리즈를 기획하게 한 외래어종과 관련된 각종 의문들이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서두에 밝혔듯이 '한국 어류 이식 80년…' 시리즈의 주된 기획 의도는 외래어종을 포함한 각종 이식어종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집중 조명하는 것이었으며, 이 중 특히 '외래어종에 의한 잡종 형성 여부의 실제적 규명'이 가장 큰 테마였다.

기실 외래어종에 의한 잡종 형성 여부는 1920년대 일본으로부터 대화(야마토) 잉어가 처음 도입(빙어 이식사업 시작 시기보다 약간 늦은 시기)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특히 외래어종이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60~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줄곧 제기돼 온 '공공연한 우려이자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의문에도 불구하고 잡종 형성 여부에 관한 체계적인 규명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그동안 외래어종을 비롯한 각종 어류들이 내수면 어자원 증식이란 미명 아래 꾸준히 도입·이식돼 오늘에 이르렀다.

이에 충청투데이 '한국 어류이식 80년…' 시리즈 취재팀은 물고기 집중 방생 및 방류철을 앞두고 외래어종의 무분별한 방생 및 방류가 가져올 수 있는 생태계의 영향 분석과 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대청호를 대상으로 '잡종 추적'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어로는 신생대 3기에 출현해 수백만년 동안 한반도 수중생태계를 지켜온 터줏대감으로서 국내 물고기의 대표종인 붕어류를 설정했다. 붕어류를 설정한 이유 중의 하나는 '대청호의 희나리'에 관한 집중 분석을 통해 외래?· 토종간 잡종 여부를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다.?

국내 자연상태에서 이뤄진 '토종 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간의 잡종 형성 여부'에 대해 실제 관련 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학술적·전문적 규명작업이 동시 시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과정=이번 조사는 대청호산 붕어류의 ▲형태형질 분석 및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통한 각각의 종(種) 특성과 유전적 유사도 조사와 함께 ▲각 종별 출현율 및 생태계 점유율을 동시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형태형질분석은 어류 분류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행해지는 분석방법으로 옆줄비늘 수, 지느러미 수 등 각종 형태형질을 비교 분석하여 종 특성을 밝혀내는 것이며,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유전자형질 분석 등과 같은 고도의 분석기법을 통해 종간 유사도 및 종 특성 등을 밝혀내는 보다 현대화된 기법이다.

이 두가지 분석을 통해서는 토종 붕어와 외래종인 떡붕어의 종 특성을 재확인하고, 나아가 일명 희나리라고 불리는 종 불명 어류의 특성을 밝혀내 토종 및 외래어종과의 유전적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잡종 여부를 밝혀내고자 했다.

또한 각 종별 출현율 및 생태계 점유율 조사를 통해서는 각 종별 생태적 지위를 밝혀내 외래어종이 현재의 생태계 내에서 유전적으로 얼마나 잠식해 들어왔느냐를 밝혀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취재팀은 이 같은 일련의 조사를 수행하기 위해 우선 대청호 주변 현지 어부 6명(상·중·하류 각 2명씩)을 섭외, 해빙이 끝난 지난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취재팀과 공동으로 총 20회에 걸쳐 채집작업에 들어갔다.?

▲ [유사도]그림 아래부분의 D1~5는 떡붕어, H1~4는 대청호산 희나리, T1~7은 토종붕어를 나타내며, 오른쪽의 숫자 0.2~1은 각 종간의 유전적 거리를 나타내 준다.
붕어류는 토종 붕어 2군집(상류 1, 하류 1)과 떡붕어 1군집,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 1군집 등 총 4군집으로 나누어 각각의 채집 개체 수를 집계, 출현율 등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하순 채집된 일부 표본 시료(상·하류의 토종 붕어, 떡붕어, 일명 희나리 등 4군집의 붕어류 각 5~16개체에서 꼬리지느러미 1㎠씩을 적출, 100% 에탄올에 담가 시료를 만들고, 몸체는 포르말린 수용액에 담아 시료를 만듦)를 4월 초에 순천향대 방인철(해양생명공학과·분자계통학) 교수팀과 서원대 손영목(과학교육과·어류분류학) 교수팀에 각각 전달, 분석을 의뢰했다.

◆분자계통학적 분석 결과=순천향대 방인철 교수팀이 분자계통학적 조사를 통해 얻어낸 각 종별 '유전적 거리'를 근거로 유사도<그림-1>를 그린 결과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 사이의 유전적 유사도는 0.74로 나타났으며,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를 한데 묶은 곳으로부터 토종 붕어까지의 유전적 유사도는 0.50으로 조사됐다.

유사도 그림 위의 숫자(0.2∼1)는 이 같은 관계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유사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숫자가 1에 근접할수록 같은 계통이거나 같은 종일 확률이 높은 반면 유사도가 낮을수록(숫자가 낮을수록) 계통이 다르거나 종이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따라서 떡붕어와 대청호산 희나리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가까우나 그렇다고 완전히 같은 종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과 토종 붕어는 유전적으로 상당히 멀게 나타나 완전히 다른 종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밴드<사진-1> 분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밴드사진에서 오른쪽 1열부터 5열까지는 떡붕어, 6열부터 9열까지는 대청호산 희나리, 10열부터 16열까지는 토종 붕어(상·하류 1·2군집 통합)의 유전자 배열을 나타내 준다.

여기서 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오른쪽 1∼9번째 열까지의 밴드(떡붕어와 희나리)와 오른쪽에서 7∼16번 열(맨 왼쪽 열)까지의 밴드(토종 붕어) 패턴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토종 붕어만이 유독 다른 밴드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청호산 희나리의 밴드 가운데 떡붕어와 공통으로 가지는 밴드가 상당히 많게 나타나고 있으며, 희나리의 밴드가 토종 붕어와도 일부 같은 밴드를 가지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방인철 교수는 "이번 조사는 비교적 정확성이 높은 AFLP(Amplified Fragment Length Polyorphism) 방법을 통해 분석한 것으로, 분석된 여러 자료를 종합할 때 대청호에서 일명 희나리로 불리는 붕어류는 '유전학적으로 토종 붕어보다는 떡붕어쪽에 가까운 토종·떡붕어 사이의 잡종'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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