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류이식 80년 수중생태계진단](20)긴급분석 잡종붕어의 실체 ③

▲ [대부분 '희나리']대청호의 붕어 개체군 조사 결과 채집개체수의 89%가 잡종붕어인 희나리로 나타났다. /사진=김성식 기자

◆대청호의 '붕어개체군 조사' 결과

이번 조사에서는 대청호산 붕어류에 대한 '개체군(個體群) 조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개체군 조사의 목적은 첫째 잡종붕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분자계통학적 분석 및 형태형질분석 조사의 시료 채집과, 둘째 대청호산 붕어류들은 현재 어떤 비율로 산출 또는 분포하고 있는가를 확인해 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떡붕어의 유입으로 대청호 내 붕어 유전자원에 어느 정도의 '유전자 오염'을 가져왔는가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조사는 지난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2개월간 대청호 현지어부 6명(청원·보은·옥천 관내 각 2명)의 도움을 받아 총 20차례의 채집작업을 실시, 산출된 붕어류를 토종과 떡붕어, 희나리 등 3종류로 구분해 각각의 개체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채집 도구는 현장의 수심 등 상황을 고려해 참여 어부들이 각자 생업현장에서 사용하는 '4절' 크기의 자망이 사용됐다. <사진 참조>

조사결과 전체 채집량은 총 1760마리였으며, 이 가운데 희나리(이번에 동시 진행된 분자계통학적 분석 및 형태형질분석에서 잡종붕어로 규명된 붕어군(群)으로 채집 당시 희나리로 분류됐던 종)는 1566마리로 전체의 89%를 차지했으며, 토종붕어는 123마리로 7%, 떡붕어는 70마리로 4%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토종붕어의 경우 해빙직후인 3월 초에서 4월 초까지 수온이 차가운 시기에 드물게나마 집중 채집됐으며, 그 이후로 갈수록 산출량이 줄어들어 3월에서 4∼5월로 갈수록 채집량이 늘어난 잡종붕어와 큰 대조를 보임으로써 각기 다른 활동 시기 및 성향을 보였다. 또 이번 조사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대청호의 토종붕어와 잡종 탄생의 주원인 제공자인 떡붕어 둘 다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대청호에 대한 토종붕어의 치어 방류사업이 거의 매년 이뤄지고 있고 또 기존 서식개체들의 자연산란이 매년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붕어개체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결과이다. 또한 순수한 떡붕어 개체수가 전체의 4%밖에 되지 않는 것은 도입년수가 80년대 초란 점과 평균수명이 15년 안팎이란 점 등을 감안할 때 초기 유입된 떡붕어는 토종과의 잡종을 만들어 '유전자 교란, 즉 유전자 오염'만을 초래한 채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채집에 참여한 창재만(41·어업경력 20년·청원·사진)씨는 "희나리붕어는 지난 80년대 초 떡붕어가 들어온 이래 출현하기 시작해 날이 갈수록 숫자가 늘어나는 반면 토종과 떡붕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떡붕어의 경우 처음 도입됐을 당시의 겉모습(주걱모양)을 하고 있는 개체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창씨는 이어 "최근에 잡히는 떡붕어와 토종붕어의 크기가 대체로 작은 것은 별로 없고 비교적 큰 25㎝급 이상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할 때 얼마 안가면 이들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잡종붕어 국내 첫 규명한 쾌거"
분자계통 분류한 순천향대 방인철 교수

? ?
분자계통학적 분석은 형태형질 분석을 통해 규명하기 어렵거나 애매한 것을 보다 명확히 분석해냄으로써 조사내용을 상호 보완해 주는 현대적이고 과학화된 분석방법이다.

충청투데이의 의뢰로 실시된 이번 대청호산 붕어류에 대한 조사결과 현지 어부들이 희나리로 부르는 붕어 개체군은 '유전적으로 떡붕어에 가까운 토종붕어와 외래어종 떡붕어 사이의 잡종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학계에 전혀 보고된 바 없는 국내 최초이자 획기적인 연구분석결과이다.

'잡종붕어'의 국내 첫 규명은 외래어종이 자연상태에서 토종과 잡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자체를 학술적 과학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는 단순히 외래어종과 토종이 숫자적으로 늘어나고 줄어들고 하는 문제를 떠나, 국내 고유의 한 '유전자풀'이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유전자에 의해 뒤바뀌어지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계 전문용어로는 이를 '유전자 오염'이라고 한다.

유전자 오염은 종 다양성 보전 차원에서 매우 중대한 일이자 심각한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붕어는 있되 유전적으로 우리 고유의 토종붕어가 없다고 가정해 보라. 유전적으로 '생태계의 정조'가 깨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번 분석결과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물고기 방류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민의 인식 전환이 매우 필요하고 시급하다. 물고기 하나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을 초래하겠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서식장소와 환경에 따라 물고기의 유전자 배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옮기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로 학계에서는 떡붕어와 토종붕어간 잡종 형성시 암·수 관계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가 등에 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또한 2배체 붕어와 3배체 붕어에 대한 연구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분별한 방류사업에 경각심"
형태형질 분석한 서원대 손영목 교수

? ?
형태형질, 즉 물고기의 형태적 특징을 나타내는 여러 형질들을 비교 분석하여 각 종을 분류해 내는 것이 형태학적 형질 분석 또는 형태형질 분석이다. 형태형질 분석은 물고기를 포함한 각종 동물의 종(種) 분류에 있어 가장 흔히,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분석 방법이다.

하지만 분석 방법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점이 일부 있어 요즘에는 분자계통학적 분석방법 등 타 분석방법과 병행해 상호 보완·연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잡종 분석에서도 형태형질 분석과 분자계통학적 분석을 동시 진행함으로써 보다 명확히 '잡종 여부'를 규명할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체고(몸높이), 미병고(꼬리 쪽 몸통의 가장 낮은 부위의 높이) 등 총 34가지의 형태형질에 대한 비교분석을 통해 3종류의 대청호산 붕어들의 특성을 밝혀내고 나아가 대청호산 희나리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분석결과<5월 25일자 14면 보도>는 학술적으로나 생태보전상으로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인위적으로 유입된 외래어종에 의해 잡종이 실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 확인됨으로써 무분별한 방류사업 및 방생활동에 경각심을 불어넣어 준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기회에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래어종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토종 어종도 본래의 서식처가 아닌 다른 수계로의 이동은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고기의 인위적인 이동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본래에 서식하지 않았던 물고기를 유입하는 일이다. 국내에 유입된 외래어종들이 최근에 와서 여러 문제점을 낳는 것을 보더라도 그로 인한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