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대전시 보건환경연구원장

항생제는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거나 죽여서 세균감염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약물이다.

항생제 개발 전에는 종기나 부스럼 때문에 죽기도 했으니 콜레라나 흑사병과 같은 감염병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페니실린의 발견’이라는 극적인 사건 덕분에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

페니실린이라는 무기로 세균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사용량이 대량으로 늘어나자 내성을 보이는 세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료진들에 의하면 최근 진료 현장에서 두렵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법정감염병인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CRE)감염증 문제라고 한다.

카바페넴계 항생제는 현존하는 가장 강한 항생제이자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항생제인데, 여기에도 내성을 보이는 세균들로 인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CRE 감염증 신고 건수가 2017년 5717건에서 작년에는 3만 8396건으로 6년간 6배 이상 증가했다.

CRE는 요로감염, 폐렴 및 패혈증 등 다양한 감염증을 일으키며, 흔히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르는 다제내성균일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CRE와 같은 항생제 내성균은 환자 또는 병원체보유자와의 접촉, 오염된 기구 등 환경표면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므로 의료기관 내에서의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우리 연구원에서는 ‘의료기관 내 항생제 내성균 환경감시’를 통해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환경에 존재할 수도 있는 오염원 관리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이를 통해 의료관련감염병 전파 가능성을 신속하게 인지하여 지역사회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수에서 항생제 내성균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지역사회 내 유행 양상을 조기에 파악하는 등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에서는 정확한 검사를 통해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환자는 처방받은 항생제는 그대로의 용법과 기간을 모두 준수해서 복용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균은 여러 경로로 전파되어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 손 씻기 또한 매우 중요하다. 신의 가호로 여겨졌던 항생제의 개발이 재앙의 씨앗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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