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카메라와의 전쟁]
르포 관저동 공영화장실 가보니
지난해 9월 불법카메라 발견 공영화장실
잠금장치 없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구조
상가 곳곳 CCTV 있지만 ‘사각지대’ 존재
화장실 이용 상인 "늘 불안해" 걱정 토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상가 내 CCTV가 공영화장실 반대쪽에 설치돼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상가 내 CCTV가 공영화장실 반대쪽에 설치돼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젊은 사람들이 워낙 많이 다니는 곳인데, 가까이서 그런 일(불법카메라)이 생기다니 너무 깜짝 놀랐어요."

12일 오전 11시쯤 대전 서구 관저동 마치광장 일대에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가로운 평일을 보내는 주민들이 적잖게 보였다. 관저동 마치광장은 음식점, 카페, 옷가게 등이 모여 있는 상권 특성상 평소 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 일대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 여자 공영화장실에서는 지난해 9월 불법으로 설치된 몰래카메라가 발견돼 지역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흘러나온 바 있다.

이날 불법카메라가 나왔던 공영화장실을 찾아가 보니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하기에 다소 취약한 점들이 보였다.

이 화장실의 경우 상가 이용자와 지역 주민 등 불특정다수가 쓸 수 있는 상가에 위치해 있음에도 별도의 잠금장치 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

또 상가 곳곳에 CCTV가 자리하고 있긴 했지만 정작 화장실 입구는 비추지 않는 등 사각지대가 우려스러웠다.

상가 화장실을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인들도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을 내비쳤다.

해당 상가에서 근무하는 김모(28) 씨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비밀번호 키패드 등 최소한의 잠금장치가 없으니까 늘 불안했다"며 "너무 화장실이 누구나 들어갈 수 있게 열려 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카메라를 설치하기 쉬워 보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상가이니 만큼 경찰 등에서 주기적으로 불법카메라 단속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상가에서 불법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했었다는 30대 A씨는 "불법촬영 범죄가 많다고 해서 공영화장실에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주위를 살피는데 우리 동네에서 카메라가 나왔다니 충격적이었다"며 "딸아이와 자주 다니는 곳이고 주변에 학교가 많아서 너무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만난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극적이고 민감한 미디어 환경에 대처해 어릴 때부터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민 최근순(55) 씨는 "요즘은 접할 수 있는 매체들이 많은데 대부분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고 아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통제가 어려운 것 같다"며 "어려서부터 올바른 매체 이용 방법과 더불어 인성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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