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차장 (30년 5개월 근무)
대전엑스포 종료 2주 남기고 호텔 입사
사탕 사 먹으라 팁 준 손님 기억에 남아
영업 종료돼도 추억은 오래 간직하길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유성호텔은 ‘또 다른 나’입니다. 호텔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낮과 밤이 바뀌기도 했지만 열심히 정신없이 보낸 지난 세월이 꿈결 같습니다.”

이기택(53) 차장은 1993년 10월 유성호텔 입사해 30년 5개월간 근무한 뼛속까지 ‘유성호텔인’이다.

대학 때 호텔관광학 전공을 하고 군 제대 이후 여러 호텔의 문을 두드렸는데 가장 먼저 합격 소식이 들린 게 유성호텔이었다.

그는 “당시 유성호텔과 함께 지금은 없어진 서울 올림피아 호텔과 대전 리베라호텔에 지원을 했었다”며 “그때는 핸드폰이 없으니까 시골집으로 합격 연락이 왔다”고 회상했다.

이 차장이 유성호텔에 입사했던 해에는 마침 대전엑스포가 진행 중이었다.

당시 엑스포 종료를 2주 남기고 호텔에 들어가 식음료팀 소속으로 엑스포 현장에서 음료서비스를 도운 일도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지역 독립 호텔 특성상 두루두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여러 부서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쌓았다.

긴 호텔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을 묻는 질문에는 ‘벨맨’ 시절 만난 투숙객을 떠올렸다, 그는 “지금은 벨 서비스(안내 서비스)가 거의 없는데 예전에는 투숙객들을 프런트부터 커피숍, 대온천탕, 객실까지 안내해 드렸다”며 “언제 한 번은 안내를 해드리고 인사 후 나오는데 손을 탁 잡으시면서 사탕 사 먹으라고 팁을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팁 문화가 없었는데 적은 돈이지만 아들 같고 해서 주셨던 기억이 오래 남는다”고 덧붙였다.

2018년 코리아오픈국제탁구대회가 대전에서 개최됐을 때 북한선수들이 유성호텔에서 묵었던 일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 선수단이 내려왔을 때 호텔 전체를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지키는 가운데 호텔 직원들이 선수단 서비스를 했었다”며 “선수권 대회가 끝나고 퇴실했을 때 선수단이 직접 주지는 못하고 객실에 잘해줘서 고맙다며 메모를 써놓고 갔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맑은 물을 얻으려면 한 우물을 깊게 파야 한다’라는 생각 하나로 전문성을 갖추고자 유성호텔에서 장기근속을 했다.

그러면서 꾸준히 호텔에 필요한 사업, 개선점 등을 제안하며 더 나은 고객 서비스와 호텔 환경을 고민해 왔다.

마지막으로 109년 역사를 지닌 유성호텔의 마지막 영업을 앞두고 유성호텔을 사랑했던 많은 지역민과 고객들에게 한마디도 남겼다. 그는 “호텔 마지막 영업을 앞두고 가끔 눈물을 흘리는 고객들을 봤을 때 참 사랑받는 회사, 사랑받는 호텔에서 근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영업이 종료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유성호텔에서 있었던 각자의 추억이 10년 후, 20년 후에도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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